[MT리포트]흔들리는 자동차보험①
자동차보험 경상환자(12~14급) 가운데 상위 3% 환자의 1인당 진료비가 472만원으로 전체 평균(90만원)의 5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고액 진료 환자에 진료비가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자동차보험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대인배상 지급보험금 가운데 경상환자 진료비는 2015년 1조7500억원에서 2024년 3조3000억원으로 8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상환자(1~11급) 증가율은 2.3%에 그쳤다. 경상환자가 전체 대인배상 지급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7%에서 71%로 높아졌다.
환자 1인당 보험금도 경상환자는 115만원에서 207만원으로 79.9% 늘었다. 중상환자의 증가율(16.8%)보다 5배 가까이 빠른 증가세다. 업계는 "경미 부상 환자군인 경상환자가 진료비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변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진단한다.
진료비 증가의 중심에는 한방 진료가 있다. 2024년 상반기에서 2025년 상반기 사이 경상환자 한방 진료비는 3758억원에서 4131억원으로 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양방 진료비는 959억원에서 1014억원으로 5.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상환자 1인당 치료비는 한방이 107만원으로 양방(32만원)의 3배를 웃돌았다.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한 MRI 촬영 남용도 문제로 지목된다. 한 한방병원은 경상환자의 34.6%에게 MRI를 촬영해 전체 한방병원 평균(13.9%)의 2.5배에 달했다. 경미한 부상 환자임에도 본인부담금이 없는 자동차보험의 특성을 이용한 과잉 촬영이 빈번하다는 분석이다.
여러 시술을 한번에 청구하는 '세트 청구'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방 통원 진료의 세트청구 비중은 2020년 47.5%에서 2024년 68.2%로 2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경상환자의 진료비 증가는 곧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보험금이 1000억원 늘어날 때 손해율은 약 0.51%포인트 상승한다. 이미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 중후반대까지 올라섰다. 보험료가 4년째 인하된 상황에서 진료비와 정비수가 상승 압력이 겹치며 업계 적자는 6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처럼 소수의 과잉 진료가 자동차보험 재정을 흔드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며 "심사 강화와 한방 진료 체계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손해율 개선은 어렵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