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1억' 은행원들, 파업하더니…금요일엔 '1시간' 일찍 문 닫나

'연봉 1.1억' 은행원들, 파업하더니…금요일엔 '1시간' 일찍 문 닫나

박소연 기자
2025.10.03 21:34

'주 4.5일제' 요구 총파업 일주일 만에 '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 잠정 합의
금융노조 "주 4.5일제 도입 위한 발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에서 주 4.5일제, 임금인상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9.26/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에서 주 4.5일제, 임금인상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9.26/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3일 사측과 '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 시행에 잠정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시행 시기와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노조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근무시간 단축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3일 밝혔다. 지난달 26일 주 4.5일제 도입과 3.9%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일주일만이다. 김형선 노조 위원장은 은행회관 앞에서 무기한 철야 단식농성을 이어왔다.

잠정 합의안에는 임금 3.1% 인상, 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 시행, 2026년 임단협에서 4.5일제를 진전시키기 위한 논의 추진 등이 담겼다.

노조 측은 "노사가 그동안 입장 차이를 보여왔던 노동시간 단축 의제를 공동의 목표로 삼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며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물론 만족하지 않는 분들도 현재 우리의 상황을 생각했을 때 이 합의안은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앞당길 수 있는 진일보한 성과물이다"며 "이를 시작점으로 삼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더욱 힘차게 전진하겠다"고 했다.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9.26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24/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김형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9.26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24/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추석 연휴가 끝난 후 각 은행 지부별 노조는 금융노조가 마련한 이같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측과 금요일 근무시간 단축 시행을 위한 후속 협의를 진행하게 될 전망이다.

금요 근무시간을 1시간 단축하게 되면서 각 은행 영업점 운영시간을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후 3시까지 앞당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영업점 개점 시간을 오전 9시가 아닌 오전 10시로 늦추는 안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반면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영업시간 변경은 하지 않는 조건으로 사측이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일부 언론에서 금요일 은행 영업시간이 1시간 단축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게재되고 있으나, 금요일 1시간 조기퇴근은 현행 영업시간 유지를 전제로 기관별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방향으로 합의된 사항"이라며 "추후 산별노사간 조율을 통해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은행 창구 마감시간이 앞당겨질 경우 소비자 불편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억대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임금 인상과 근무일수 단축을 요구하는 데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낮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은행(특수·지방은행 포함) 직원 10만9625명의 연간 급여 총액은 12조3147억원으로 1인당 평균 1억1233만원에 달한다.

금융노조는 당초 이번 총파업에 8만명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실제 참여자 수는 경찰 추산 약 8000명에 그쳤다. 특히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참여자는 300명에 그치며 일선 은행원들로부터도 외면받았다.

다만 금융노조는 주 4.5일제에 대해 후속 논의를 이어가겠단 계획이다. 노조와 사측은 앞으로 태스크포스(TF)팀에서 실제 시행을 위한 후속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는 주 4.5일제 도입을 향한 첫걸음을 내디딘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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