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자본확충의 덫에 갇힌 보험업계③
기본자본 킥스(K-ICS·지급여력비율) 규제 도입에 앞서 금융당국은 충격 완화를 위해 유예기간 등 연착륙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도입 시기를 늦추는 것만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우려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하반기 중 기본자본 K-ICS 규제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일부 보험사가 단기간 내 제도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해 유예기간 부여 등 단계적 적용 방안도 논의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당수 회사는 문제가 없지만 일부는 충격이 있을 수 있다"며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시간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자본은 이익잉여금을 쌓거나 유상증자 등으로 확충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이달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업계가 단기간 내 기본자본 확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는 연착륙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예가 답이 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자본조달 여력이 없는 중소형사에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유예가 끝나면 다시 규제 적용받아야 하는데, 자본 확충 능력이 없는 회사는 결국 적기시정조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다. 업계에서는 "경과조치는 시간 벌기일 뿐 출구 전략은 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유예의 실효성은 회사 규모와 자본조달 능력에 따라 갈린다. 대형사들은 발행 여력과 그룹 지원을 바탕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실제로 DB손보는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제도 시행에 앞서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주요 대형사들도 발행 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위기 대응이 가능하다. 반면 일부 중소형사는 주주 기반이 취약하고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 자격도 되지 않아 사실상 대응 수단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적기시정조치에 들어가면 영업에 즉각 제약이 걸린다는 점이다. '부실 보험사'라는 낙인이 찍히면 계약자 이탈, 신계약 위축, 금융시장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에서는 "결국 보험업 구조조정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에 내 줄 보험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자본의 질적인 내용으로 적기시정조치를 맞는 순간 영업 현장에서 곧바로 타격이 온다"면서 "근본적인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중소형사는 결국 존폐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