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유상증자 봇물…10곳 '적기시정조치' 위기

보험사들 유상증자 봇물…10곳 '적기시정조치' 위기

배규민 기자
2025.09.23 14:00

[MT리포트]자본확충의 덫에 갇힌 보험업계①

[편집자주] 보험사의 자본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도입키로 한 기본자본 K-ICS(지급여력비율) 규제가 오히려 신계약 확대를 제약하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적 기준만 짜깁기한 '한국형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을 짚어본다.
최근 보험사 자본 확충 현황/그래픽=윤선정
최근 보험사 자본 확충 현황/그래픽=윤선정

기본자본 킥스(K-ICS·지급여력비율) 규제가 하반기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 전쟁에 나섰다. 최대 10곳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은 하반기 1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푸본현대생명도 7000억원 증자를 결정했으며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난 4일 1000억원 증자를 마쳤다. iM라이프는 향후 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1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DB손해보험 역시 지난 1일 7000억원이 넘는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보강했다.

기본자본은 자본금·이익잉여금 등 손실 흡수력이 높은 '순도 높은 자본'을 뜻한다.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차입 성격이 강한 보완자본과 차별화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K-ICS 유지를 위해 수조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막대한 이자비용을 부담하자 K-ICS 권고치를 150%에서 130%로 낮추는 대신 기본자본 K-ICS 규제를 도입키로 했다.

기본자본 K-ICS 비율 70% 미만 보험사/그래픽=윤선정
기본자본 K-ICS 비율 70% 미만 보험사/그래픽=윤선정

규제는 50%에서 70% 사이의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준을 70%로 정할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 6곳과 손해보험사 4곳 등 총 10개사가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포함된다. 50%로 낮춰 잡아도 6개 사는 여전히 규제망에 걸린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59.5%)·KDB생명(34.7%)·푸본현대생명(55.9%)·DB생명(64.3%)·IM라이프(-3.5%)·처브라이프(48.1%)가 해당한다. 손해보험사는 현대해상(53.8%)·롯데손보(-12.9%)·흥국화재(44.5%)·하나손보(22.7%)가 대상이다.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면 자본확충 권고, 배당 제한, 상품 판매 제약 등 강도 높은 규제가 뒤따른다.

금융당국은 기본자본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유예기간을 준다는 계획이지만 기본자본 특성상 단기간에 확충이 어렵다는 점에서 보험사의 부담은 여전하다. 잠재적 적기시정조치 대상이란 점만으로 시장에서는 곧장 '부실 보험사' 낙인이 찍혀 영업력 약화와 계약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영업력이 떨어지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자본조달 비용이 커져 지급여력 지표가 더 악화하는 악순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업계에서 "단순 관리가 아니라 존립을 가르는 분수령"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유상증자와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어려운 중소형사는 기본자본 확충이 사실상 어렵다"면서 "이대로 제도가 시행되면 일부 보험사는 존폐 갈림길에 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현장에 답이 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