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4대 핵심기술을 선정하고 집중 투자에 나선다. 프로젝트당 200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는 15대 '슈퍼을(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소부장 특화단지 10곳을 추가 조성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23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소부장 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AI(인공지능)로 산업 전환이 가속화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심화하면서 소부장 경쟁력 확보가 국가경제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번 기본계획을 통해 소부장 생태계 전반의 자생력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내년 상반기 중 '소부장 핵심전략지도'를 마련하고 △첨단제품 시장 선점형 △범용제품 시장 전환형 △탄소중립 규제 대응형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형 등 4대 핵심 도전기술을 집중 지원한다.
시장 선점형은 원천-응용-상용화를 통합 개발해 속도를 높인다. 과기정통부의 원천 R&D를 산업통상자원부가 상용화로 이어가는 구조다. 시장 전환형은 기업 간 공동 기반기술 개발 후 기업별 특화 제품으로 이어지는 모델이다.
규제 대응형은 탄소감축 기술과 저탄소 공정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 공급망 확보형은 핵심광물을 대체(Replace)·저감(Reduce)·재활용(Recycle)하는 '3R R&D'로 자원 순환을 강화한다.
AI 기반 R&D 혁신도 병행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소재 데이터 1500만건을 구축하고, 반도체·바이오 등 데이터 축적 분야를 확대한다. 공공연구소의 AI 소재 모델을 민간에 개방해 기술 상용화를 촉진한다.
'슈퍼을 프로젝트'는 소부장 기업의 기술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사업이다. 네덜란드 ASML처럼 기술 우위를 가진 기업을 국내에서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15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각각 7년 이상 장기 R&D와 2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한다. 전문 PM(프로젝트 매니저) 제도를 도입해 밀착 관리할 방침이다.
정부는 한미 조선 협력, 인도 반도체 프로젝트(ISM) 등 해외 산업 프로젝트와 연계한 맞춤형 수출 전략도 추진한다. 각 핵심 프로젝트별로 전담 무역관을 배치하고 수출 마케팅·인증·물류 지원을 강화한다.
AI, 양자, 방산, 재생에너지, 항공·드론 등 5대 분야에서는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투자해 내수 시장을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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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극복 당시 성공한 '수요-공급기업 협력모델'을 R&D 전반으로 확대한 것도 특징이다. 반도체 유리기판 같은 차세대 전략 품목에서는 수요기업과 소부장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 완성형 모델을 추진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을 올해(2조2843억원)보다 1467억원 늘린 2조4310억원으로 확대했다. 첨단산업기금과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한 '마중물 투자'도 확대한다.
현재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10개 산업별 특화단지가 운영 중이다. 정부는 여기에 2030년까지 소부장 중심의 특화단지 10곳을 추가로 지정한다. 올해 계획을 세우고 내년 사업공고를 거쳐 2027년부터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특화단지에는 AI 트윈랩을 도입해 생산 전 공정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정부·지자체·앵커기업이 '원팀'으로 공장 설립을 지원한다.
관련 제도 정비도 추진된다. 소부장법 개정을 통해 특화단지의 유효기간, 변경 절차, 계획수립, 지원조직 등을 명문화하고, 지정 과정에서 지자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예비검토 절차와 평가지표 공개를 의무화한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선진국 대비 소부장 기술 수준을 지난해 83.3에서 2030년 92로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소부장 수출액은 지난해 3637억달러에서 2030년 4500억달러로, 생산액은 1077조원에서 135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