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거래 종가 1439.6원…약 6개월 만에 최고치
23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0원선까지 돌파하며 약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미 통상협의 불확실성과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투자자 순매도가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 일본의 금리인상 지연 우려에 엔화가 약세를 보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9.8원 오른 1439.6원을 기록했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 지난 4월28일(1442.6원)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장중 고가는 1441.5원까지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31.8원에 거래를 시작해 오전 내내 1430원대에서 등락했다. 이후 오후 들어 급등하기 시작해 1440원선을 돌파했다.
이날 환율 급등 이유로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펀드를 비롯한 한미 통상협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이 지목된다. 대미투자 패키지의 자금 조달 방식을 둘러싸고 외환시장 불안이 확대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협의와 관련 "조정과 교정을 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방미 중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2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난 뒤 "막바지 단계는 아니고, 협상이라는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의 대규모 순매도가 나타난 것도 원/달러 환율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약 400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엔화 약세와 달러 강세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일본 신임 총리로 선출되면서 엔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다카이치 총리가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152엔 중반대까지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99선을 웃돌며 강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엔화가 약세를 지속한 점이 원화에도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에서 관세협상이 지연될 수 있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환율 상승과 관련해 "지난 8월 이후 원/달러 환율이 35원 정도 올랐는데 4분의 1은 달러 강세 영향이고, 나머지는 위안화 약세와 엔화 약세, 우리나라 관세 문제와 3500억달러 대미투자 조달 우려 등 달러와는 별개로 지역적·국내 요인으로 원화가치가 절하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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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관세 협상이 좋은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언급한 좋은 방향의 관세협상은 관세율이 25%에서 15%로 내려가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