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은 집도 안 보고 계약" 믿었던 '올수리' 배신…견적 7000만원 '분통'

"분당은 집도 안 보고 계약" 믿었던 '올수리' 배신…견적 7000만원 '분통'

김지영 기자
2025.10.21 13:30
삽화,집값,아파트값,상승,일러스트 /사진=임종철
삽화,집값,아파트값,상승,일러스트 /사진=임종철

#. "'올수리'라고 해서 집 안보고 계약했는데 전혀 수리가 안된 집이었어요. 집에서 귀신 나올 것 같아요. 중개사한테 책임을 물을수 없나요?"

분당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추가 규제에 대한 소문이 무성해지자 지난 9월 말 매물을 보지 않고 집을 계약했다. 주변 시세가 하루밤 새 몇억 씩 오르다 보니 조금 더 오르면 집을 못 살 것 같은 불안함이 크게 작용했다. 구축이었지만 매물 정보에 '올(AII)수리'라는 광고와 부동산 중개인의 추천을 믿고 진행했다. 하지만 계약 후 가보니 떨어진 부엌 상부장과 화장실 변기만 교체한 수준이었다. 기초 수리와 도배 등 인테리어 비용만 7000만원 이상의 견적이 나왔다. A씨는 "집에서 귀신이 나올 것 같다.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21일 온라인상 부동산 스터디 커뮤니티에서는 A씨와 같은 실수요자들의 피해 사례가 다수 올라오고 있다. 정부의 10·15 대출 규제 발표 직전, 규제 회피를 위한 '초단기 매매'가 급증하면서 이처럼 실물을 보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속출했다. 거래 건수가 감소하고 매물 자체가 귀해진 상황에서 '지금, 이 집 아니면 못 산다'는 불안 심리가 겹치며 계약서부터 쓰고 보는 이른바 '묻지마 거래'가 성행한 것이다.

올해 들어 지속된 금리 고착과 경기 불안으로 부동산 시장은 거래 절벽 상태를 맞이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9월 1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한달새 상급지라 불리는 핵심지역에선 실매물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규제 지역에 포함된 마포구 2605건에서 2219건으로 15%, 성동구는 1934건에서 1493건으로 23%가량 매물이 줄었다. A씨가 거주하는 성남 분당구는 같은 기간 매물이 3525건에서 2671건으로 24%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러던 중 10·15 정부 규제 발표가 예고되면서 시장을 급속히 자극했다. 일부 인기 지역에선 규제 시행 전 막차를 타기 위한 매수세가 몰렸고 실매물 희소성은 다시 '패닉바잉'을 촉발했다. 서울 주요지역 부동산에서는 "9월 말부터 월 초중순엔 '집 안 봐도 되니 계약부터 하겠다', '계좌 먼저 불러달라'는 문의가 하루에도 수차례 들어왔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처럼 서둘러 계약금을 송금하고 중도금까지 치르는 방식은 빠른 계약을 원하는 매도인에겐 유리할 수 있지만 매수인 입장에선 하자 확인이나 계약 조건 검토가 어려워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A씨의 경우처럼, 매수인이 중개인과 매도인의 말만 믿고 실물을 확인하지 않고 계약한 뒤 실제 상태가 다를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조계에선 계약서에 '올수리', '신축 수준 리모델링' 등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다면 중개인과 매도인에게 하자담보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하자가 있는 경우라도 계약 전 확인을 소홀히 한 매수인에게 일정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처럼 급매 분위기 속에서 가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먼저 송금한 경우엔 사실상 계약 해지는 어렵다. 최근 거래된 일부 급매 사례의 경우, 계약 직후 계약 취소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시세가 요동치다보니 위약금을 주더라도 추가 상승 여지를 보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거래량이 줄고 매물이 줄었다고 해서 '귀한 매물'로 속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서울 소재 한 부동산 중개인은 "시세보다 저렴하거나 급하게 나온 매물은 내부 하자나 권리관계 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지금처럼 일시적인 거래 과열기엔 선계약 유도, 시세 착시 등에 휘둘리지 않도록 수요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연말은 전통적으로도 비수기인만큼 지금처럼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보합세인 시기일수록 급히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지켜보며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김지영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