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 세제 개편 논의 본격화…보유세 인상 가능성에 '증여 러시'
올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 증여가 급증한다. 세금폭탄을 맞기 전에 미리 물려주자는 움직임이 확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의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 등) 증여 건수는 2만643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5391건)보다 4.1% 증가한 수치로, 2022년(3만4829건)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같은 기간 서울의 증여 건수는 5883건으로, 전년 동기(4912건) 대비 19.8% 증가했다. 자치구별 증가율은 △서초구 57.5%(378건) △송파구 44.2%(395건) △용산구 51.9%(196건) 등이다. 강남구는 증가율은 13.2%에 그쳤지만 507건으로 서울 내 최다를 기록했다.
부동산 세 부담이 커진 2020~2022년까지 증여 건수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2023년부터 주춤했다. 증여 취득세 과세표준이 시가표준액(공시가격)에서 시가 인정액(매매사례가액, 감정평가액 등)으로 바뀌면서다. 윤석열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낮춘 영향도 있다. 하지만 최근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자 서울을 중심으로 증여 수요가 되살아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세제 정상화 방안을 검토하면서,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지만, 6·27 대출규제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세제 강화 쪽으로 기류가 바뀌는 모습이다.
전날 열린 당정(정부·여당) 회의에서도 부동산 세제 조정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게 공평 과세를 해야 하는 조세원칙인 '응능부담' 원칙에 해당한다"며 "다주택뿐만 아니라 고가의 1주택자도 봐야 한다, 집값이 50억원이면 1년에 5000만원씩 보유세를 내야 하는데 연봉의 절반이 세금으로 나간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성급한 증세는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보유세 인상을 집값을 잡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놔야 한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방선거가 내년 6월 열리는만큼 '신중론'을 유지중이다. 그럼에도 △보유세 현실화 검토 △거래세·취득세 인하 등 균형적 세제 조정안을 병행 추진하는 방안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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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보유세 인상 신호만으로도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세 부담을 선제적으로 줄이려는 움직임이 생긴다"며 "특히 서초·용산·송파 등은 상속과 증여를 통한 자산 이전이 활발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보유세가 오르면 양도세·상속세 부담도 연쇄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증여가 단기적으로 급증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증여세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세금 체계 변화 전에 움직이려는 심리가 강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