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혼돈의 부동산 시장④
정부의 규제·공급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천장 없이 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주택 공급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기간 내 과열 양상이 진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휴 이후에도 과열 흐름이 지속될 경우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부동산 규제가 나오더라도 영향력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시장 흐름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집값 상승세가 서울 강남권 등 한강벨트, 입지 조건이 좋은 신축 대단지에 국한되고, 다른 지역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수요가 집중되는 일부 지역 외에 다른 수도권·지방 지역은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 연휴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와 대출 규제 외에 주목할 변수로는 유동성·거래량·연체율·환율 등 복합적인 지표를 꼽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추석 이후 시장 심리 변화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가 사실상 시장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은 "과거에는 대책이 발표되면 매매가격과 거래량이 곤두박질쳤지만, 요즘은 양상이 다르다"며 "장기 실거주 목적 수요가 주도하다 보니 고강도 대책이 나와도 시장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만약 추석 연휴 이후에도 거래량과 심리지표가 진정되지 않으면 규제지역 추가 지정이나 대출 총량 규제와 같은 후속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시기는 10월 중순~11월쯤이 유력하고, 마포구와 성동구 같은 급등지역은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시장 과열에 대해 구조적인 주택 공급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공급 확대 신호에도 착공에서 준공까지 시간이 길어 체감상 공급 절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매수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며 "서울에서는 신축·준신축 아파트 가격이 전고점을 넘는 등 과열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한 채를 산다면 서울을 산다'는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바뀌면서 주거비가 올라 실수요자의 선택지는 더 좁아지고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에 대한 불안까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석 연휴 이후 가장 중요한 시장 지표는 거래량 변화를 꼽았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추석 이후에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월 1만건 이상으로 회복하는지 여부가 이후 시장 방향의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은 상승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만, 인천·경기와 지방은 보합세를 보이면서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며 "매매와 전셋값은 서로 연동되므로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물량이 시장에 나오는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규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 교수는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규제는 단기적으로만 효과가 있을 뿐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요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한강벨트' 등 수요 집중 지역을 위주로 한 양극화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한강벨트와 경부축 등 핵심 지역을 거쳐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까지 가격 상승이 확산할 수 있다"며 "거래량은 줄어도 공급 부족과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층이 있고, 정부 규제가 해당 지역 수요층의 매수 시점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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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금리 인하 여부보다 실제 유동성 흐름이 중요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주담대 신규 취급액과 가계부채 연체율이 시장의 체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라며 "미국 장단기 금리차와 원·달러 환율도 글로벌 자금이 한국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단순한 금리 수준보다 실제로 돈이 풀리고 있는지, 멈추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를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