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혼돈의 부동산 시장①
정부의 대출 규제와 공급 확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택 시장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서울 강남권과 한강 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사상 최고가 기록이 잇따르고 동시에 '패닉바잉'의 조짐도 포착된다. 이는 시장 심리가 상당히 예민해졌음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경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9월 다섯째주(9월 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0.19%) 대비 0.27% 올라 상승폭을 4주 연속 키웠다. 강남3구와 용산구는 물론 성동·마포·강동 등 주요 지역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신고가 거래도 속출했다. 그러자 일부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불안 심리가 확산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 면적 82㎡는 지난 12일 60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 6월 같은 평형이 55억원에 거래된 이후 102일만에 5억원이 폭등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144㎡는 지난 18일 78억3000만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 전용면적 68㎡는 지난 24일 39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신반포4차 전용면적 105㎡는 지난 4일 55억원에 최고가 거래됐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푸르지오써밋 전용면적 74㎡는 지난 9일 33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넘겼다. 송파구 신정동 더샵스타리버 전용면적 171㎡는 지난 9일 22억8000만원에, 송파구 장지동 위례아이파크 전용면적 87㎡는 지난6일 17억5000만원에 57일만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한강벨트 지역도 연일 신고가 행진이다. 지난 13일 마포구 마포자이 전용면적 113㎡는 26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마포구 도화동 우성아파트 전용면적 141㎡는 지난 23일 신고가인 20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처음으로 20억원을 돌파했다. 성동구에서는 지난 14일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면적 84㎡가 25억3000만원,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 전용면적 59㎡가 지난 20일 29억 8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광진구 광장동 현대파크빌 전용 84㎡도 지난 19일 20억 45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하며 일명 '20억 클럽'에 합류했다.
한강벨트 지역 상승세가 가파른 건 규제지역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가능성이 계속 언급되며 수요자들의 심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상반기까지만 해도 관망세가 짙었지만 하반기 들어선 "지금 사지 않으면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지며 매수세가 가시화된다. 특히 실거주를 전제로 하는 중산층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거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현장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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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인접한 수도권 위성 도시도 '대체 수요'가 유입되며 매매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과천, 성남, 하남 등은 서울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단지도 다수다. 공급 부족과 서울 규제 회피 수요가 맞물리면서 수도권 외곽 단지들의 '풍선 효과'가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반면 강북, 노원·도봉·강북구(일명 노도강) 일대는 비교적 차분하다. 상승 거래 비중이 강남권에 비해 현저히 낮고 호가는 높지만 실거래는 위축된 '거래 절벽' 조짐이 엿보인다. 이와 같은 양극화는 실수요자의 자금 여력, 금리 수준, 학군 선호도 등 복합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시장을 '국지적 과열 상태'로 보고 있다. 고가 단지와 인기 지역에만 거래가 몰리는 구조로 전체 시장이 과열됐다기보다는 일부 지역이 과열되고 있는 국면이라는 진단이다.
신보연 세종대학교 산업대학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원하고 필요한 곳에 공급은 늦어지고 한강벨트 등 좋은 입지의 물량은 매우 제한적인 데다가 마포, 성동, 광진 등 특정 지역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전이다보니 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며 "집값은 올라가고 정부 정책에 대한 학습효과 등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심리가 자극되니 해당 지역에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풍선효과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급등 이후 조정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수민 NH농협금융 부동산전문위원은 "다양한 지표에서 가격이 급등이 나타난 상황인데 더이상 추격 매수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구입할 수 있는 매물이 많지 않고 단기간에 오른 기저효과도 있는 만큼 '정점'을 찍고 조금은 내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 등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는 점에서도 가격 조정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