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들과 연방 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한 지분 인수를 논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10%를 확보한 바 있는데, 핵심 기술 부문에서 정부 개입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WSJ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아이온큐, 리게티컴퓨팅, 디웨이브퀀텀 등 미국 양자컴퓨팅 기업들이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고 지분을 제공하는 안을 상무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퀀텀컴퓨팅과 아톰컴퓨팅도 비슷한 논의를 하는 기업으로 거론됐다. WSJ 보도에 한국 데이마켓(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 거래에서 이들 기업 주가는 두 자릿수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각각 최소 1000만달러(약 143억원)의 자금을 지원받는 안을 논의 중이다. 거래 조건은 변경될 수 있으며 지분 대신 주식 매수권이나 지식재산권 사용 허가, 로열티, 수익 공유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협상은 양자컴퓨팅 기업 보어퀀텀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폴 대버 상무부 차관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보어퀀텀테크놀로지는 정부와 지분 인수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WSJ은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트럼프 정부가 양자컴퓨팅을 미래 핵심 기술로 보고 지원 의사를 표명한 중요한 신호라고 WSJ은 평가했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의 성능을 훨씬 뛰어넘는 기술로 인공지능(AI)과 함께 차세대 핵심 기술로 간주된다.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팅 기술 발전은 신약, 신소재, 신화학물질 개발을 돕고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후 핵심 전략 산업에서 기업 지분을 확보하며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도 인텔에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대가로 지분 전환에 합의해 인텔 대주주에 올랐다. 8월 지분 인수 발표 이후 주가는 50%가량 상승한 상태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유일 희토류 광산업체인 MP머티리얼 지분 15%도 인수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15일 CNBC 인터뷰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전략 산업의 핵심 기업에 대한 지분 참여를 확대하겠다면서 7개 육성 산업을 거론했다. 7개 산업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으나 희토류와 방산 등을 부가적으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