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언론이 미국을 '실패한 국가'로 규정하는 논평을 냈다. 미국이 일으킨 관세전쟁이 부메랑이 돼 자국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가운데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는 등 국가가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있다는 것. 중국 관영언론이 강도 높은 어조로 미국을 겨눈 올해 두 번째 사례로 다음 주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전 보도됐다.
중국공산당 베이징시위원회의 기관지인 베이징일보는 지난 22일 '이것이 바로 미국, 이것이야말로 미국(這就是美國,這才是美國)'이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미국은 여러 방면에서 이미 실패한 국가로 전락했으며, 내부로부터 죽어가고 있다"고 규정했다.
논평은 지난 18일 미국 전역에서 약 700만명이 참여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을 규탄한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발생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AI(인공지능)로 합성한 시위대 조롱 영상을 올린 것을 두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방정부 셧다운 상태가 3주째 이어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층은 '막말 정치'에만 관심이 있을 뿐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 생각은 없다고 꼬집었다. 논평은 "대통령이 현실을 외면한 사이 주변 인물들도 그 행태를 닮아가고 있다"며 백악관 대변인의 '네 엄마가 했다' 발언을 예로 들며 "미국을 비판적으로 보지 않는 사람조차도 어쩌다 미국 정치가 이렇게 품격을 잃었나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논평은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도 이처럼 내부로부터 붕괴하는 미국의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논평은 "(관세 관련) 제멋대로 오락가락하는 태도에 전 세계가 피로감을 느꼈고, 트럼프의 '많은 나라들이 내 엉덩이를 핥으려 안달이 났다'는 발언은 그의 오만함과 천박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은 결국 미국 국민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며 "시위대의 외침처럼 미국 농산물은 팔리지 않고, 농민들은 파산 직전이며, 물가는 치솟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관영매체인 베이징청년보가 지난 6월 트럼프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로스앤젤레스 시위를 다루며 '미국 정부의 무능과 사회 결속력의 붕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 것과 비슷한 논조가 관영매체를 통해 재차 나왔다고 보도했다. SCMP는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는 미국 정치를 둘러싼 혼란을 풍자하는 글이 이어졌으며 일부 네티즌은 미국 시위대의 행동을 '민주적 요구의 표현'으로 평가하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