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12년 만에 최악의 낙폭을 기록한 가운데 22일 아시아 시장에선 급락세가 진정되는 분위기다. 갑작스러운 금값 하락은 가파른 랠리에 따른 단기 조정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시간 기준 21일 금 현물 가격은 장중 6.3% 폭락하며 온스당 4082.03달러까지 떨어졌다. 2013년 4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전날만 해도 온스당 4381.52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으나 돌연 흐름이 반전됐다. 은과 백금 역시 각각 7%, 5% 넘게 추락했다.
22일 아시아 시장에서도 금 가격은 이 흐름을 이어받아 4000달러가 깨질 조짐이 보였으나, 한국시간 오후 4시 기준 온스당 4155.10달러를 가리키며 반등세로 돌아선 상태다.
금값 하락을 두고 전문가들은 그간 시장에 쌓였던 열기를 식히는 과정으로 풀이했다. 스위스 소재 귀금속 회사인 MKS팸프의 니키 실스 애널리스트는 "주요 원인은 지나치게 과열된 시장 상황"이라며 "랠리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삭소마켓의 차루 차나나 최고투자전략가 역시 "이날 가격 급락은 거시경제 충격이라기보단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을 위한 포지션 조정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중 간 무역긴장 완화 조짐, 달러 반등 흐름, 미국 정부 셧다운에 따른 선물시장 포지션 미공개 역시 금값 하락에 불을 댕긴 촉매로 언급됐다. 세계 2대 금 수요국인 인도 시장이 최대 힌두교 축제 '디왈리'를 맞아 휴장한 게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단 분석도 나왔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의 가격은 올해 들어 중앙은행 주도의 매수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달러 약세, 선진국 부채 증가, 미중 무역전쟁 우려를 배경으로 신기록 경신을 이어가던 터다. 연초 대비 57% 넘게 뛰었다. 특히 지난 두 달 동안에만 23% 뛰는 등 상승세는 점점 가팔라졌다. 9월 한달 동안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된 자금은 260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찍었고, 일본에서 호주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금 상점에 금을 사기 위한 줄이 늘어서는 등 과매수 신호도 포착됐다. 실스 애널리스트는 "불과 6주 만에 가격이 1000달러나 올랐다는 건 거품을 의미한다"면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하락하더라도 장기적으론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내다봤다. ANZ그룹의 브라이언 마틴 애널리스트는 투자노트에서 "우리는 과도한 매수세로 시장 균형이 깨지면서 매도가 촉발된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값을 지지하는 장기 요인이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HSBC는 지난주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긴장, 경제적 불확실성, 달러 약세 등을 이유로 내년엔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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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기준 가격 정보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