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장관 통화서 이견 확인 후 회담 논의 중단"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식 논의를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예정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연기됐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CNN 등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건설적인 통화'를 했지만, (양국 정상 간 )직접 대면 회담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가까운 시일 내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6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을 논의하기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이내에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이라며 이번 주 양국 고위급 회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에는 루비오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 간 통화가 진행돼 이른 시일 내 헝가리 정상회담이 개최될 거란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백악관 측은 "루비오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하지만 추가 대면 회담은 필요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직접 회담 계획도 가까운 시일 내에는 없다"고 전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회담 연기 이유에 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협상 의지에도 러시아가 즉각적인 휴전 요구를 거부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이 회담 연기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는 지난 주말 미국에 비공식 문서 형태로 평화 협상 조건을 다시 전달했다. 해당 문서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현 전선 유지 후 즉각 휴전' 방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CNN에 "미 정부가 양국 외교장관 통화를 '건설적'이라고 표현했지만, (미국은) 종전 조건과 관련해 러시아가 여전히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루비오 장관 역시 다음 주 양국 정상회담을 추진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다만 이 소식통은 "루비오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이 이번주 내 다시 통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측은 정상회담 연기와 관련, "합의된 날짜는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개최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결정하지 않았다"며 "잡히지도 않은 일정을 연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나 푸틴 대통령 모두 구체적인 날짜를 제시하지 않았다. 회담에는 진지한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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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 카드를 사용해 미국이 장거리 미사일 '토마호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을 막고, 대러시아 제재를 피하려는 '시간 끌기'에 나선 거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