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 "시위 2600건·참여자 500만명 넘어"
ICE 단속 강화·주 방위군 투입 규탄 한목소리
트럼프, 별도 발언 없이 시위 조롱 영상 올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 국정 운영을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로 벌어졌다. 이번 시위는 연방정부 셧다운(정부 운영 일시 중단),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강화, 미국 내 군 병력 배치 등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시위 참가자들은 "미국은 왕이 없는 나라"라고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형태와 부패를 강력히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시위 관련 추가 발언 없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든 풍자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하며 시위대를 조롱했다.
로이터통신·CNN·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워싱턴DC, 뉴욕 등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 교외 지역에서 트럼프 정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 주최 측은 이날 미 전체 50개 주에서 2600건 이상의 '노 킹스' 시위가 벌어졌다며 "이번 시위 참여자는 지난 6월 첫번째 '노 킹스' 집회에 참여한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DC에서는 20만명이 넘는 시위대가 모였고, 시카고의 그랜트피크와 보스턴의 커먼에서도 수만명이 운집했다. 뉴욕경찰청(NYPD)에 따르면 뉴욕시에서는 10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2기 집권 이후 전례 없는 속도로 정부를 재편하고, 민주주의의 관행을 뒤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벌어진 대규모 시위였다"고 설명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고 축제 분위기로 진행됐다. 시위 현장 곳곳에 풍선 인형이 등장했고, 참가자들은 미국 국기 색으로 옷을 맞춰 입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부부들과 노년층이 나란히 행진하는 등 다양한 연령대가 시위에 참여했다. 진보 성향 단체 인디비저블의 리아 그린버그 공동 설립자는 CNN에 "(미국에) 왕이 없다고 외치며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행사하는 것보다 더 미국적인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시위 현장은 축제나 콘서트 같은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과잉'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시위 현장을 전했다. 캘리포니아 시위에 참여한 브렌다 쿠렛은 로이터에 "이번 행사(시위)는 지난번(6월)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나 개인의 경제적 영향보다 합법적으로 일하는 라틴계 직원들이 ICE에 의해 오해받을까 두렵다"고 시위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민주당의 텃밭인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시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 방위군 투입 위협에 대한 강력한 항의가 이어졌다. 브랜드 존슨 시카고 시장은 시위 연설에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고 독재를 무너뜨릴 것"이라며 "도시가 군대에 점령당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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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강한 메릴랜드주 에식스에서는 약 100명이 "이제 그만"이라는 깃발을 흔들며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은퇴 교사인 앤 조지는 로이터에 "트럼프 지지 지역이 이곳에서 (노 킹스) 시위가 벌어진 것은 의미가 크다"고 짚었다. 다른 시위 참여자인 돈 엘웰(73)은 "권력이 너무 빠르게 (트럼프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이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왕관을 쓰고 시위대에 '오물 폭격'을 퍼붓는 영상을 SNS에 올리며 '노 킹스' 시위에 대응했다. 그가 올린 영상은 X에서 'xerias_x' 계정으로 활동하는 풍자 밈 제작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것이다. xerias_x 계정 게시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 킹스 시위에 잠시 등장했다"라는 글과 함께 이 영상이 게재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설명 없이 해당 영상만 SNS에 올렸다.
AI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해당 영상에는 왕관을 쓴 트럼프 대통령이 '킹 트럼프'라는 이름의 전투기를 몰고 '노 킹스' 시위대에 갈색 오물을 투척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시위 전날인 17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그들(노 킹스 시위대)은 나를 왕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왕이 아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