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고리2호기 원자력발전소(이하 고리2호기)를 재가동하는 안건이 두 차례에 걸친 심의에도 또 불발됐다. 이 안건은 내달 13일 재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에는 △고리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안 △고리2호기 계속운전 허가안 등 3건의 안건이 상정됐다. 이 중 고리2호기 사고관리계획서만 승인 의결을 받고 계속운전 허가안은 이날 의결되지 못했다.
고리2호기는 1983년 8월 운영허가를 받고 가동을 시작했다. 40년의 운영허가 기간이 끝나 2023년 4월부터 정지된 상태였다. 고리2호기는 영구 폐쇄가 되지 않은 원전 중 가장 오래된 원전이기도 하다. 원전이 최초 운영 허가 당시 정한 설계수명을 넘기더라도 여전히 안전하게 가동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수명을 10년 연장할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고리2호기 가동 정지 1년전인 2022년 4월 PSR(주기적 안전성 평가)를 제출하며 재가동을 준비해왔다.
고리2호기 원전 이전에도 재가동된 원전이 있었다.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1호기가 1978년 운전을 시작한 후 2007년 운영허가 기간 만료 후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가 10년 연장가동 후 영구 정지가 결정됐다. 1983년 상업운전이 시작됐던 월성1호기도 2012년 운영허가 기간 만료 후 재가동이 결정됐다가 법원 결정으로 조기폐기가 결정된 바 있다.
고리2호기 원전 재가동 여부가 주목을 받은 것은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지난 달 11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맞이 기자회견에서 가동 연한이 지난 원전도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수명을 연장해서 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AI(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재명 정부인 만큼 AI 컴퓨팅 인프라의 확충·운영에 필수적인 전력망 확보를 위해 기존 원전 인프라를 유연하게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고리2호기는 이재명 정부 들어 재가동 심사에 들어간 첫 원전이라는 점에서 계속운전 허가 여부을 주목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아침 10시30분부터 개시된 원안위 회의에서는 1호 안건인 고리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안이 오후 4시쯤이 돼서야 의결됐다. 사고관리계획서는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대사고를 포함한 다양한 비상 상황에서 필수 안전기능을 유지·복구하기 위한 절차와 조직, 교육·훈련 등 대응 능력을 종합적으로 기술한 문서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한국이 세계 최초로 원전 업계에 도입한 제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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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원안위에서는 고리2호기의 노형이 앞서 사고관리계획서를 승인받은 '한국형 원전'(APR1400)과 다름에도 그 차이를 내용에 정확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결되지 못했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고관리전략 및 이행체계 등이 허가기준을 만족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의결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고리2호기 재가동안은 끝내 의결되지 못했다. 한수원 등의 자료 보완과 원안위 위원들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 불발된 고리2호기 안건은 내달 13일 열리는 원안위 회의에 재상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