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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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금융·기업법 전문가인 김화진 교수가 국내외 경제, 금융, 기업, 사회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전달하는 코너 입니다.

연재중 2017.0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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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화진칼럼]신용카드 전쟁

    [김화진칼럼]신용카드 전쟁

    1958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에서 '뱅크아메리카드'(BankAmericard)를 론칭했다. 그때까지는 신용카드 아이디어가 실제로 크게 성공한 적이 없었다. 신용카드를 받으려는 상인이 별로 없어서 소비자들은 사용을 꺼렸고 상인들은 사용하는 고객이 많지 않은 신용카드 결제를 반기지 않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상황이었다. 선발주자 다이너스나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이하 아멕스)는 은행계가 아니었고 상류층 대상이어서 확장성이 크지 않았다. 할부나 리볼빙도 되지 않았다. 우리가 지금 쓰는 신용카드는 아...

    2025.01.16  16:42
  • [김화진칼럼]런던에서 맞은 계엄령

    [김화진칼럼]런던에서 맞은 계엄령

    월초에 영국 런던의 몇몇 글로벌 자산운용사를 방문했다. 12월 3일 오후에 한 운용사를 방문하고 다음 스케줄까지 시간이 조금 비어서 커피집을 찾았다. 특이한 카페가 눈에 띄었다. 교회였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교회가 예배당 내부에 카페를 차리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예배용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넷을 들여다 보거나 조용조용 대화를 했다. 교회는 런던의 아기자기한 바틀링스트리트의 세인트 메리 앨더메리(St Mary Aldermary)다. 영국 성공회 교회당의 하나다. 물론 종교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잠시 앉아있다가 커피를 들고 혼자 정문 앞 거리에 나와 한갓지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일행이 일제히 교회를 나오더니 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 계엄령이 내려졌다는 뉴스가 떴단다.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했지만 바로 확인하니 실제상황이었다. 서울이 아직 완전히 한밤중은 아니어서 집으로 전화들을 하기도 했다. 밖에 헬기 소리가 크게

    2024.12.26  14:12
  • [김화진칼럼]사프라 스토리

    [김화진칼럼]사프라 스토리

    남미에서는 브라질 은행들이 가장 규모가 크다. 1위에서 5위까지가 브라질 은행이다. 브라질 7위로 사프라은행(Banco Safra)이 있다. 사프라그룹(J. Safra Group) 계열사다. 유대계인 사프라 패밀리는 시리아의 알레포 출신이다. 오스만제국 시기인 19세기 초에 금융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중동지역 카라반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한다. 성장하면서 베이루트, 이스탄불, 알렉산드리아에 지점을 냈다. 2차 세계대전 후에 유럽, 남미, 미국 순으로 사업지역을 확장해 나갔다. 오늘날의 사프라그룹은 1952년에 사업 거점을 브라질로 옮겨 온 제이콥 사프라가 창립한 것이다. 제이콥 사프라의 아들 에드먼드 사프라는 가업을 이어 은행가로서 경력을 쌓았고 성공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베이루트에 있는 부친의 은행에서 일했다. 1956년에 스위스 제네바로 이동해 TDB라는 작은 은행을 열었고 100만 달러로 시작해 1980년대에 50억 달러 비즈니스로 성장시켰다. 1983년에 5억5000만

    2024.11.04  14:26
  • [김화진칼럼]요하니스베르크의 266년

    [김화진칼럼]요하니스베르크의 266년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해 마인강을 따라 서쪽으로 한 30분 가다 보면 마인츠 부근에서 라인강과 합류한다. 라인강을 따라 서쪽으로 약 20분 더 가면 외스트리히-빙켈이라는 작은 마을에 닿는다. 요하니스베르크성(Schloss Johannisberg)이 언덕 위에서 그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부속교회도 있다. 성은 지금은 와이너리로 사용되고 있어서 주변 구릉지는 모두 포도밭이다. 성 건물은 그 지방의 음악제 장소로도 쓰이고 있다. 약 40명의 직원이 일하고 포도 수확기에는 120명 정도의 임시직이 고용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요하니스베르크성은 8세기경 샤를마뉴대제 시절 그 지역 수도원의 와이너리로 출발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저런 곡절을 겪었다. 나폴레옹전쟁이 끝나고 1815년에 비엔나회의가 열렸을 때 이 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의제의 하나였다고 한다. 당시 이미 최고의 명품 산지로 전 유럽에 알려져 있어서 힘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차지하려고 나섰기 때문에 결론이 나

    2024.10.14  14:48
  • [김화진칼럼]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

    [김화진칼럼]한국 양궁이 강한 이유

    인류 역사에서 총이 등장하기 전 가장 많이 쓰였던 병기는 칼이나 창이 아닌 활이었다. 사냥에도 필수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칼은 악당들도 많이 쓰지만 활은 주로 정의의 히어로가 쓰고 낭만적인 느낌까지 있다. 헝거 게임의 캣니스, 어벤저스의 호크아이, 반지의 제왕 레골라스, 그리고 람보다. DC코믹스의 그린 애로우가 종결자이고 국내에도 '최종병기 활'이 있다. 힘과 영웅의 대명사 헤라클레스가 시위를 당기는 유명한 조각상이 활의 에너지를 상징한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은 올림픽 10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40년 연속 세계 정상'이라는 기록은 다른 어느 종목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드림팀' 미국 남자 농구가 미래에 그렇게 될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그건 지나 봐야 안다. 그리고 한국 양궁팀은 파리에서 금메달 5개를 모두 석권하는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다. 김우진 선수는 통산 금메달 5개로 각 4개를 보유한 사격의 진종오, 양궁의 김수녕 선수를 제치고 한국 올림픽

    2024.08.05  04:20
  • [김화진칼럼]행운과 공정의 나라 노르웨이

    [김화진칼럼]행운과 공정의 나라 노르웨이

    노르웨이 지도를 보면 나라의 위치와 지형이 불리하고 험해서 경제가 발전하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수많은 피오르(fjord) 때문에 해안선의 길이가 캐나다에 이은 세계 2위다. 섬도 약 24만 개가 있다.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로 그 위치와 그 지형이 오늘날 노르웨이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로 만들었다. 1인당 GDP가 국제통화기금(IMF) 추산 9만4660달러로 글로벌 4위다. 미국은 8만5373달러. 노르웨이의 주력산업은 수산업(연어와 킹크랩)과 함께 목재산업이었다. 목재산업은 벌목 후 운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노르웨이의 피오르와 강들은 나라 곳곳을 해안으로 연결했다. 노르웨이는 나라가 남북으로 가늘고 길게 뻗은 형상이어서 내륙에서 바다가 멀지도 않다. 목재는 일단 물에 밀어넣으면 스스로 움직인다. 다음은 에너지다. 노르웨이는 대표적인 수력발전의 나라다. 역시 지형이 뒷받침했다. 나라 전역에 건설한 수력발전소로 노르웨이는 95%의 에너지를 수력발전에서 얻는다

    2024.07.25  14:10
  • [김화진칼럼]먼 나라 호주를 이웃 나라로

    [김화진칼럼]먼 나라 호주를 이웃 나라로

    미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국가는 어느 나라일까. 영국? 프랑스? 다 아니고 호주다. 휴스턴에서 시드니까지 비행시간이 17시간 반이나 되지만 호주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다. 할리우드에서도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는 '제이슨 본' 맷 데이먼의 절친이다. 호주는 제1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에서 미국과 나란히 싸웠다. 한국전쟁, 월남전, 걸프전, 테러와의 전쟁 모두에서 미국에 지상군 병력을 지원했다. 문자 그대로 혈맹이다. 호주는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와 함께 정보기관 공동체인 '파이브아이즈' 멤버다. 역사가 제2차 세계대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파이브아이즈의 4개국은 미국 외교에서 1등급 국가로 분류된다. 2021년 9월에 미국, 영국, 호주 3개국만으로 AUKUS라는 안보협의체가 따로 만들어졌다. 파이브아이즈에서 체급이 낮은 뉴질랜드와 프랑스의 측근인 캐나다를 제외했다. 파이브아이즈는 정보동맹이지만 AUKUS는 군사동맹이다. 미국이 호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

    2024.07.02  13:52
  • [김화진칼럼]'한국 인프라' 이상 없다

    [김화진칼럼]'한국 인프라' 이상 없다

    영화 '마진 콜'(2013)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소재로 한 수작이다. 제러미 아이언스와 케빈 스페이시를 포함해 앙상블 캐스트인 이 영화 후반부에 스탠리 투치가 폴 베터니에게 하는 인상적인 대사가 있다. 자신이 투자은행에 들어오기 전에는 교량을 건설하는 엔지니어였다고 말한다. 투치가 오하이오에 지은 아치교 하나는 하루에 1만2100명이 이용한다. 그 다리는 35마일 거리를 돌아다니던 운전자들에게 총 84만7000마일을 절약해준다. 한 해에 3억492만마일이다. 다리를 놓은 것이 22년 전이니까 67억824만마일이고 시속 50마일로 그 다리를 넘어간 모든 사람에게 차 안에서 그냥 보냈을 뻔한 총 1531년이라는 시간을 절약해주었다. 투치가 그 많은 숫자를 정확히 암기해서 대사를 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다리라는 인프라가 수많은 사람의 시간을 절약해준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개개인에게는 시간의 절약이고 그 개개인이 일하는 회사에는 업무 효율과 생산성 제고다. 지구상에 있는

    2024.06.24  14:27
  • [김화진칼럼]유럽 정치의 우경화

    [김화진칼럼]유럽 정치의 우경화

    유럽연합(EU)의 유럽의회는 각 회원국 의회와 같은 권한은 없지만 EU의 예산 책정에 최종 권한을 갖고 대외적인 협약 비준권도 가진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럽의회 선거가 유럽 전체의 정치적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이다. 2024년 6월에 선거가 있었다. 유럽의회는 5년 임기, 720명 의원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7개 정당 플러스 무소속으로 의석을 배치한다. 의원 수는 n분의 1이 아니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순으로 많다. 인구가 기준이고 회원국당 최소 6석을 보장한다. 유럽의회에서는 중도우파인 유럽국민당이 다수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유럽보수개혁연대(ECR)와 정체성과민주주의(ID)를 합한 극우의 비중이 16.7%에서 18.2%로 높아졌다. ECR는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끌고 ID는 프랑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이 이끈다. 이번 선거 결과에 충격받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의회를 해산했다. 조기 총선이 실시된다. 프랑스 여당은

    2024.06.17  14:21
  • [김화진칼럼]마크롱의 프랑스

    [김화진칼럼]마크롱의 프랑스

    필자의 수업에는 지금까지 세계 57개국 학생들이 참여했다. 몇 년 전 수업 시작 때 어디서들 왔는지 차례로 물으니 한 학생이 뉴칼레도니아에서 왔다고 했다. 호주 바로 동쪽에 있는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다. 인구 28만명. 프랑스가 1853년에 강점한 곳이다. 과거 프랑스는 영국 다음가는 식민국가였다. 알제리를 포함해 주로 사하라 이북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제국주의 시대는 오래전에 종결되었지만 미운 정 고운 정으로 경제·사회적 유대는 지속된다. 서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특히 탈세계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요즈음 옛날 인연이 탈출구가 되고 있고 프랑스는 수혜자다. 작년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만6000km를 날아 누벨칼레도니를 방문했다. 오래전에 독립을 약속했지만 슬슬 생각이 달라진다. 프랑스인들이 지속적으로 이주하고 있다. 2018년부터 수차례 독립투표를 하고 있는데 아직 반대가 많다. 지구상 니켈의 20%는 누벨칼레도니에서 생산된다. 크롬도 많다.

    2024.05.30  16:01
  • [김화진칼럼]리튬 안보

    [김화진칼럼]리튬 안보

    서울에서 미국 애틀랜타까지 비행거리는 1만1441㎞다. 거의 14시간 비행이다. 고역이다. 그런데 뉴욕에서 호주 시드니까지는 더 먼 1만6105㎞다. 비행시간이 거의 21시간이라고 나온다. 하루를 꼬박 비행기 안에서 보내야 한다. 거리가 이렇게 먼데 미국과 호주는 매우 가까운 사이다. 일단 할리우드에 호주 출신 배우가 많다.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 니콜 키드먼, 케이트 블란쳇, 휴 잭맨, 그리고 마고 로비와 '글라디에이터' 러셀 크로가 있다. 이 스타들은 LA와 시드니를 자주 왕래할 것 같은데 15시간이 넘게 걸린다. 할리우드에 호주 출신 스타가 많은 이유를 검색해 보니 가장 먼저, 호주에서 연기 트레이닝을 잘 받는다고 나온다. 다음으로는 영어다. 영국 영어를 쓰지 않고 미국식 영어를 쓰는데 오리지널 미국 영어보다 어딘지 부드럽고 거부감이 덜하다고 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필자로서는 잘 알 수 없지만 그런 모양이다. 마지막으로는 "미국인 배우들보다 품성이 좋다"고 나온다.

    2024.05.08  15:43
  • [김화진칼럼]서사하라 장벽

    [김화진칼럼]서사하라 장벽

    구글어스로 아프리카대륙 북서부의 모리타니를 겨누면 금방 특이한 지형이 눈에 들어온다. 눈동자같이 원형으로 생겼다. '사하라의 눈'으로 불린다. 직경이 무려 40km다. 형상이 아틀란티스 묘사와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아틀란티스 유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모리타니가 워낙 험한 나라이기도 하고 해당 지역에 접근할 길도 마땅히 없어서 조사와 연구가 잘 안 되어 있다. 용감한 청년 하나가 직접 방문한 영상이 유튜브에 있다. 지상에서는 그냥 돌이 흩어진 황무지고, 너무 커서 전체의 형태는 감을 잡을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그 지역 주민들은 그 형상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서구에는 1952년 프랑스 탐사팀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1959년까지 프랑스령이었던 모리타니는 사하라사막 그 자체다. 농경이 불가능한 지역이어서 나라는 프랑스만큼이나 큰데 인구는 500만명이 채 안 된다. 석유가 있고 철광석이 많다. 그래서 그 유명한 사하라철도가 있는 나라다. 항구도시 누아디브에서 내

    2024.04.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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