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 자수' 서희건설 세딸 회사도 회계 꼼수…국내기업도 '악용'

'목걸이 자수' 서희건설 세딸 회사도 회계 꼼수…국내기업도 '악용'

방윤영 기자
2025.10.01 15:00

[MT리포트/책임없는 유한책임회사]④

[편집자주] 청년기업, 혁신기업 성장을 북돋기위해 마련된 유한책임회사 제도가 외국계 기업의 회계감사 회피를 위한 탈출구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해외에 있는 본사에 배당이나 로열티로 대부분 보내면서 국내에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다시피 하다. 국회를 대하는 태도도 무시 수준이지만 국회는 이번에도 제도개선을 미뤘다.
유한회사 외부감사 의무화 전후 유한책임회사로 조직변경한 국내기업 사례/그래픽=김지영
유한회사 외부감사 의무화 전후 유한책임회사로 조직변경한 국내기업 사례/그래픽=김지영

유한책임회사 뒤에 숨어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사례는 외국계 기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국내기업 가운데서는 대표적인 기업이 서희건설(1,623원 ▼128 -7.31%)이다. 시장에선 서희건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에 유한책임회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희건설은 이봉관 회장이 김건희 여사에게 6000만원대 목걸이를 건네며 인사 청탁했다고 자수해 '목걸이 자수'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서희건설이 지난달 26일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서희건설의 지분은 이봉관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이 59.83%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과 세 딸의 지분율은 6.39%에 불과하지만 계열사를 통해 실질적 지배력을 확보하는 구조다.

주요 지분 현황을 보면 △이 회장 4.14% △장녀 이은희 통합구매본부 부사장 0.81% △차녀 이성희 재무본부 전무 0.72% △삼녀 이도희 전략기획실장 0.72% 등 이 회장 일가를 비롯해 계열사인 △유성티엔에스 29.05% △이비엔하우징 7.08% △한일자산관리앤투자 1.83% △애플디아이 3.39% △애플이엔씨 11.91% 등이 각각 지분을 가졌다.

서희건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관계사는 유성티엔에스로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한다. 유성티엔에스의 최대주주는 한일자산관리앤투자(지분율 31.98%), 한일자산관리앤투자는 서희건설(50.41%)이 지배하는 순환출자 구조다.

주목해야 할 계열사는 또 있다. 서희건설의 지분 11.91%를 확보한 애플이엔씨다. 애플이엔씨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의 장녀인 이 부사장으로 꾸준히 서희건설의 지분을 늘려왔다. 2018년 2월 공시에서 서희건설 보유 지분 특별관계자로 처음 이름을 올린 애플이엔씨의 당시 지분율은 1.16%였다. 이후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장내매수를 통해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12%에 달하는 서희건설 지분을 확보했다. 이처럼 장녀인 이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애플이엔씨가 서희건설의 지분을 늘리면서 승계작업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제는 애플이엔씨가 유한책임회사라는 점이다. 애플이엔씨의 장내매수 자금은 자기자금이라고 공시했으나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 경영상태나 자금의 출처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 애플이엔씨는 2020년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는데 외부감사를 피하기 위해 조직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불러일으킨다.

건축자재와 건축공사업, 부동산 분양·분양대행업을 영위하는 애플이엔씨는 2022년 기준 922억원(나이스평가정보)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매출은 대부분 서희건설 계열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공시된 202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은 621억원으로 이중 절반 이상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2020년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한 시기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신외감법에 따라 유한회사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외부감사를 받도록 법이 바뀐 이후이기 때문이다. 유한회사의 외부감사 의무는 2019년 11월1일 이후 사업연도부터 적용됐는데 이때 유한책임회사로 조직을 변경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2022년 발간한 '회계·세무 감사연구'에 따르면 2020년 유한책임회사 설립등기는 504건으로 2012년 32건 대비 15배 이상 증가했다. 이 시기 서희건설 외에도 하이모, 하이퍼커넥트, 잡코리아 등 국내 기업이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회계업계에선 오너 일가의 사익추구, 일감 몰아주기, 고액 배당 등을 위해 유한책임회사 전환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외부감사·공시의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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