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법안발의 통했지만...MBK·아디다스 회계 감시법 올해도 무산

여야 법안발의 통했지만...MBK·아디다스 회계 감시법 올해도 무산

지영호 기자
2025.10.01 14:15

[MT리포트/책임없는 유한책임회사]①

[편집자주] 청년기업, 혁신기업 성장을 북돋기위해 마련된 유한책임회사 제도가 외국계 기업의 회계감사 회피를 위한 탈출구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해외에 있는 본사에 배당이나 로열티로 대부분 보내면서 국내에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다시피 하다. 국회를 대하는 태도도 무시 수준이지만 국회는 이번에도 제도개선을 미뤘다.
연도별 유한책임회사 현황/그래픽=윤선정
연도별 유한책임회사 현황/그래픽=윤선정

유한책임회사도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내용을 담은 외부감사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이하 외감법) 개정안이 올해도 무산될 전망이다.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나 유한회사와 달리 외부감사 의무가 없는 회사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MBK파트너스(이하 MBK) 같은 사모펀드 운영사부터 국정감사 단골손님인 아디다스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 상당수가 유한책임회사다.

1일 머니투데이 취재결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정기국회 처리 중점법안 리스트에 유한책임회사의 외부감사 의무를 담은 이른바 '외감법 3.0' 법안은 개정안은 제외됐다.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 논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외감법 3.0 법안은 지난해 11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처음 법안을 냈지만 계엄정국과 맞물리면서 주목받지 못했다. 분위기가 전환된 것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덕 의원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다.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이 동의하는 모양새여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올해에도 입법 가능성은 낮다는게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분석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여당의 관심사가 대통령 공약 이행과 내란종식 척결에 쏠리다보니 외부감사 확대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며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제출한만큼 이번 국회에선 제대로 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나 유한회사와 달리 이사가 없고 정기총회 등의 재무제표 승인절차가 없다. 국내 벤처기업의 창업 지원을 위해 만든 회사 형태다. 상법상 회사는 주식회사, 유한회사, 유한책임회사, 합명회사, 합자회사로 나뉘는데 제대로 된 기업의 형태는 주식회사부터 유한책임회사까지다.

유한책임회사에 대한 외부감사 필요성은 2019년 11월 신외감법 시행 이후 지속해서 제기된 문제다. 유한회사에 대해 주식회사처럼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자 유한책임회사로 조직을 변경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19년 말 1781개였던 유한책임회사는 지난달 말 기준 3767개로 5년새 2배 이상 늘었다. 외국계 기업도 109개에서 209개로 100개가 늘었다.

기존 주식회사나 유한회사에서 조직변경을 통해 외부감사를 회피한 사례도 적지 않다. 외부감사를 받지 않으면 회계가 투명하지 않다. 해당 회사의 매출과 손익 뿐 아니라 세금이나 자금출처, 이익을 어디로 가져가는지, 어떤 기업활동을 하는지 조차 알기가 어렵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유한책임회사도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하는 입법 움직임은 이어졌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양정숙 개혁신당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외감법 3.0은 벤처기업이나 사모투자펀드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결국 임기만료 폐기됐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과 김현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 등 참석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MBK 처벌 및 사모펀드 규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25.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장과 김현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 등 참석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MBK 처벌 및 사모펀드 규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25. [email protected] /사진=고승민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