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이태원 참사 당시 행정안전부·용산구·소방당국 등 유관기관이 공동 통화 및 사건 대응에 활용하도록 '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돼 있었으나 사용법 미숙 및 품질한계 등으로 활용되지 못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은 23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점검' 주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들 유관기관은 참사 당시 총 44차례에 걸쳐 145초간 재난안전통신망을 썼다. 그러나 "예, 들립니다" 등 무의미한 내용만 주고받는 등 실제 대응에 의미 있게 활용하지 못했다.
감사원은 "(유관기관들은) 상황 전파 및 보고 시 '카카오톡' 등 개인 통신수단을 주로 사용했다"며 "사고 당시 현장 인근의 트래픽(접속량)이 폭증하자 정확한 상황 파악이 곤란했다"고 했다.
용산구 통합관제센터는 사고현장 인근 CCTV(폐쇄회로TV) 14대로 인파 밀집이 고조되는 상황을 관제하면서도 이를 상황실의 재난대비 당직자에게 공유하거나 소방 및 경찰 등에 제공할 의무와 절차가 없어 제공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당시에는 용산구 조례상 CCTV 관제목적에 재난 예방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 재난응급의료체계가 늑장 가동되고 관련 업무 처리도 미숙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용산구 보건소에 대해 "(당시) 밤 10시50분 출동 요청을 받았으나 76분이 지난 밤 12시6분에야 사고현장에 도착해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할 수 있었다"며 "업무숙련도가 부족해 현장 도착 후에도 주임무인 환자 중증도 분류에는 참여하지 못한 채 보조업무만 수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별 잔여 병상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만 환자 이송을 지휘한 결과 이송환자의 91.1%가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됐다"며 "현장응급의료소 지휘·통제가 총체적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용산구에 대해 "코로나19(COVID-19) 사회적 거리두기가 3년만에 해제돼 이태원에 방문자가 폭증할 것으로 사전 예측하고도 시설물 안전, 소음민원 대응, 주차관리 등에 국한한 대책만 수립했을 뿐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요원 투입 등 안전관리계획은 미수립했다"고 밝혔다. 이어 "압사사고 발생 직전에는 인파가 밀집한 현장 사진을 부구청장 이하 간부들이 공유했으나 재난관리책임자에게 현장을 순찰하거나 재난정보를 수집하라는 등 지시는 부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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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대해선 "2022년 10월25일 핼러윈데이에 인파 밀집에 따른 사고위험이 있을 것이라고 사전 분석했으나 정작 혼잡경비를 주임무로 하는 경찰관기동대는 참사 당일에 사전 배치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어 "현장 경력에게 인파 관리나 혼잡경비 임무도 부여하지 않은 채 차도로 쏟아지는 인파를 인도로 다시 밀어 올리며 차로 확보에 집중했다"고 했다.
초동대응도 부실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참사 당일 밤 10시15분 "사람이 압사당하게 생겼다"는 신고를 받자 같은날 밤 10시20분 NDMS(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를 통해 용산구에 상황을 전파했다. 이어 밤 10시48분 행정안전부 등을 거쳐 밤 11시3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보고를 완료했다.
그러나 용산구는 소방의 NDMS 전파를 받고도 구청장과 서울시 등에 보고하지 못하다 행정안전부가 밤 10시53분 상황을 전파한 뒤 사고를 인지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당시 용산구 구청장, 부구청장, 재난총괄 국·과장 등 재난관리책임자 모두 실제 재난대응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며 "책임자 중 부구청장 외에는 법정 재난교육을 이수한 사람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2021년 재난대응종합훈련인 '안전한국훈련'도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비대면 토론으로 대체 처리하는 등 부족한 경험을 보완해 줄 교육 훈련도 부족했다. 실제상황에서 신속한 초동대응이 곤란했던 상황"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는 2022년 10월29일 밤 10시15분쯤 서울 용산 이태원 골목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다. 이날 사고로 핼러윈 축제 등을 위해 이곳을 찾은 시민 159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