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갭투자(전세끼고 매입) 의혹과 '나중에 돈 벌어 집사면 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23일 대국민 사과를 결정하는 과정에 대통령실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관계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22일) 늦은 오후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이 차관의 의혹 및 발언에 대해 사과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이 차관의 발언으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 뿐만 아니라 대통령실도 사안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이 차관은 실제로 이날 오전 국토부 유튜브 채널에 나와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열심히 생활하는 국민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며 고개 숙였다.
이 차관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에 출연해 "(집값이) 오르지 않고 유지가 되면, 또 내 소득이 쌓이면 그 때 가서 (집을) 사면 된다"며 "어차피 기회는 돌아오게 돼 있다"고 발언했다. 방송이 된 시점은 10·15 부동산 대책이 나온지 나흘 뒤다.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해 사실상 갭투자를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정작 이 차관이 과거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했다는 갭투자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커졌다. 이 차관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민심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차관 측은 의혹이 불거진 직후 "실거주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수했지만 이사 시기가 맞지 않아 입주하지 못한 것일 뿐 의도적인 갭투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도 여당 지도부로서 직접 사과에 나섰다. 한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이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 차관에 대한 사퇴론이 제기되지만 신중론도 없지 않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열린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이상경 차관 사퇴 촉구 결의안을 모았으면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안태준 민주당 의원은 "(29일 국토부 종합감사장에서) 충분히 정책질의도, 질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공방보다 생산적 논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현명한 판단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고위 공직자의 거취에 대한 결정은 다른 공직자들의 임면 기준이 될 수 있어 정부로서도 여러 측면을 살피며 좀더 신중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도 제기된 의혹들과 이 차관이 직접 내놓은 해명 등을 꼼꼼히 따져보며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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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 차관은 전날(22일) 서울 성북구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이날(23일) 대국민사과에 나선 만큼 당분간 국회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몸을 낮춘 채 외부 일정을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