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과거에 공상과학 소설이나 SF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그런데 예컨대 영화의 경우 로봇을 일관되게 공포스러운 뭔가로 보여주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야 흥행이 되어서다. 이 때문에 로봇의 이미지가 그렇게 고착되어 있었다.
얼마 전 필자가 즐겨보는 미국 NBC의 탤런트 쇼 '아메리카 갓 탤런트'(AGT)가 그 이미지를 깨주었다. 로봇 개들이 나와서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공연을 펼쳤다. 청중과 심사위원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그 로봇들은 인간의 오래된 인식을 바꾸어준다. AGT의 관객들이 환호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노래하고 춤추는 뭔가는 무섭거나 우리에게 해를 끼치는 뭔가일 수가 없다. 그다음 공연에서는 로봇 개가 3연속 백플립이라는 기적적인 모션을 시연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BD)가 그 로봇 개를 제작한다. 노란색 개의 이름은 '스팟'이다. 유튜브에 스팟이 문을 여는 영상이 하나 있는데 CNBC에 따르면 약 1억4000만 명이 그 영상을 보았다고 한다.
미국 보스턴공항에 내려서 찰스강 남쪽 90번 고속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달리면 보스턴대학교를 지나치고 강 건너 하버드대학교가 잠깐 보인다. 95번 고속도로로 바꾸어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오른쪽에 브랜다이스대학이 나오고 월섬이라는 동네에 닿게 되는데 거기에 BD가 자리 잡고 있다.
BD는 1992년에 출범한 회사다. 자동차공장에서 조립작업을 하는 6축 다관절로봇은 1969년에 처음 나왔는데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졸업생이 학교 랩에서 처음 개발한 것이다. BD도 MIT에서 분가해 나왔다. 2013년에 구글이 BD를 인수했을 때 뉴욕타임스가 특종으로 보도했다. 2017년 소프트뱅크에 넘어갔다가 2021년에 현대차그룹이 80% 지분을 취득했다.
BD의 휴머노이드인 '아틀라스'도 올해 공개되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와 달리 작업 중 실수를 스스로 교정하는 행동을 보여준다. 선반에 보관해야 하는 자동차 부품을 지정된 칸에 넣다가 문제가 생기면 다음번 동작은 스스로 그를 정정해서 임무를 마무리한다. 모든 동작이 가능하고 푸시업도 할 수 있다.
BD의 로봇들은 조만간 상용화된다. 용도는 다양할 것이다. 로봇은 유해물질을 다루고 감염된 장소를 청소한다. 원전 내부도 누빌 수 있다. 공사나 제조현장에서 인간이 접근하기 위험한 곳으로 갈 수 있어서 중대재해를 줄인다. 모든 작업은 영상으로 전송되고 정보가 기록·보관된다. 피로도 없어서 작업시간에 제약이 없다. 휴식도 커피타임도 없다. 상호교신도 즉시다. '월-E'라는 영화에서처럼 400년 동안 한 가지 일만 시켜도 싫증 내지 않고 작업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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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는 선박의 컨테이너 안에 적재되어 있는 상자를 컨테이너 밖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주는 로봇도 개발했다. 지구상에 무수한 항구가 있고 매년 약 2억 개의 컨테이너가 온갖 종류의 물품을 날라준다. 그중에 반드시 인력으로 옮겨야 하고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종이 박스가 몇 개이고 동원되는 인력은 얼마일까.
로봇이 발달하면서 우려도 같이 커진다. 지금 드론이 전장에서 사용되듯이 로봇도 전장에 투입될 수 있다. 전투 드론은 1회용 비행체지만 로봇은 지상에서 지속적으로 움직인다. 우크라이나전쟁에 이미 초기적 형태로 등장했다. 2022년에 BD는 로봇이 군사용으로 사용되지 않게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어서 5개 로봇 제작사들이 그 선언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