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B-2와 평화의 발자국

[김화진칼럼]B-2와 평화의 발자국

김화진 기자
2025.07.11 12:07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미국과 가장 가까운 사이인 나라는 호주와 영국이다. 2021년 9월에 미국, 호주, 영국 3개국으로 AUKUS라는 안보협의체가 만들어졌는데 파이브 아이즈에서 뉴질랜드와 캐나다를 제외한 것이다. 파이브 아이즈는 정보동맹이고 AUKUS는 한 단계 높은 군사동맹이다.

그런데 호주는 위치가 미군의 글로벌 전개와 기동에 딱히 큰 도움이 될 수 없어 보이지만 영국은 다르다. 지구상의 온갖 곳에 옛 식민지 대국의 흔적을 남겨놓아서다. 그중 군사적으로 요긴한 지역들이 많다. 인도양 몰디브 남쪽 약 1,600km에 있는 차고스제도가 그에 해당한다. 1512년에 포르투갈인들이 발견해서 18세기에 프랑스인들이 코코넛 재배지로 쓰기 시작했고 나폴레옹전쟁이 끝난 후 영국에 넘겨졌다.

인도양에는 이렇다 할 섬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구글 지도를 확대해 보면 거의 중앙에 차고스제도가 있다. 산호섬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리고 차고스제도 남쪽 끝에 디에고 가르시아 섬이 있다. 환초 지형인데 코코넛 농장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서 (30평방킬로미터) 1970년대 이래 미군기지가 있다. 환초이지만 중앙 부분의 수심이 깊다. 선박이 들어와 정박할 수 있고 옛날에는 망망대해인 인도양에서 배들의 오아시스였다.

위치 때문에 적국의 디에고 가르시아 공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격침시킬 수 없는 항모로 불린다. 1979년 이란의 친미정권이 붕괴된 후에 미군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나오는 물류 보호를 위해 기지를 확장했다. 디에고 가르시아는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와 함께 미군의 인도-태평양지역 핵심 기지다. 그 형상이 장화나 발자국처럼 보여서 '평화의 발자국'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지난 5월 22일 영국은 모리셔스와 섬 반환협정을 체결했다. 모리셔스는 1968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는데 2019년에 국제사법재판소가 차고스제도의 영유권이 모리셔스에 있다고 판결해서다. 군사기지는 향후 99년간 영국의 관할하에 남는다는 조건이다. 40년 연장 옵션도 붙였다. 미국 정부도 판결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4월 1일에 영국의 협정 체결에 사전 동의했다.

6월 22일 미국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를 투입해 이란 포르도와 나탄즈에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폭격했다. 원래 디에고 가르시아에서 B-2를 발진시킬 것으로들 예상했다. 미국이 지난 4월에 B-2 여섯기를 디에고 가르시아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후티와 이란에 관련된 임무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실제 작전에 투입된 B-2는 일곱기 모두 디에고 가르시아가 아닌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먼에서 날아왔다. 37시간 동안 지구 반대편까지 이동하느라 조종사들이 무진 고생을 했지만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3만 파운드 무게의 폭탄을 2개 투하한 것도 초유다. 미군이 열아홉기를 보유하고 있고 별명이 '검은 가오리'인 B-2는 대당 22억 달러인데 같은 무게의 황금값보다 비싸다고 한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