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2025년 6월 22일 오전 11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군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는 사건이다.
모든 것은 20세기 초 영국인들이 이란에서 글로벌 매장량 4위로 추산되는 석유를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영국에는 남의 땅이었고 이란은 채굴 능력이 없었기에 합작회사를 세웠다. 그런데 합작 조건이 84:16이었다. 이 회사는 대영제국 최대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이란은 중립을 선언했지만 소련과 연합국은 이란 국왕이 나치독일과 심정적으로 가깝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소련은 이란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란이 구축국 편에 서게 되면 독일과의 전선에서 병력을 축내야 하고 코카서스 유전도 위험하게 된다. 독일이 유전을 손에 넣으면 소련은 치명상을 입을 터였다. 그래서 소련과 영국은 함께 이란을 침공해 1주일 만에 간단히 접수했다. 그리고 당시 21세의 만만한 리자 샤 팔레비를 왕좌에 앉혔다. 미군도 3만 명 파병되었는데 미국이 소련에 공급한 물자의 3분의 1이 이란을 통해 전달되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회사는 여전히 영국인들이 장악했고 분배도 마찬가지였다. 이란 국민의 생활은 나아질 것이 없어서 서서히 회사를 '찾아오자'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결국 1951년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하마드 모사데크 총리가 의회의 승인을 얻어 회사를 국유화해 버렸다. 그러자 영국은 걸프만을 봉쇄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았고 2년 후 영국 MI6와 미국 CIA 합작으로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모사데크 정부를 전복시켰다. 권력은 팔레비에게 넘어가 팔레비는 독재자의 길을 걷게 된다. 동서냉전이 심화하면서 이란은 지리적·물류적으로 서방의 긴밀한 파트너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팔레비의 친서방 정책이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게 되었다. 팔레비는 억압통치를 시작했다. 비밀경찰을 동원한 정치 탄압과 강압 통치가 따랐다. 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망명했다. 팔레비는 국가의 문화적 서방화도 추진했는데 197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혁명을 불렀다. 1979년에 시위대에 대한 군의 발포가 일어났다. 500만 명이 넘는 국민이 전국적 시위에 나서서 팔레비의 하야를 요구했다. 군 일부가 이탈하자 팔레비는 망명길에 올랐고 이란 혁명은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영화 '아르고'가 그리고 있는 미국대사관 점거 사건이 발생했다.
독자들의 PICK!
호메이니가 15년 만에 귀국해 신정 통치를 시작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적으로 선포하고 친서방 인사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다. 이스라엘대사관은 PLO(팔레스타인해방기구)에 쓰라고 넘겨주었다.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대사관 인질 구출작전은 실패했고 미국은 이란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1980년 9월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가 이란에 전면 공격을 시작했다. 후세인은 자신이 중동의 석유 맹주가 되고 싶었는데 이란의 군사력이 막강하고 미국의 지원까지 받고 있어서 그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드디어 기회를 본 것이다. 이란은 혼란에 빠졌고 이제 동맹국도 없었다. 그러나 그 전쟁은 1차 세계대전 스타일이 되면서 8년을 끌며 현대사에서 가장 참혹한 전쟁이 되었다.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꾸준히 악화를 계속해 1995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란에 역대급 금수조치를 취했다. 1996년 헤즈볼라가 사우디 미군기지를 공격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5년 후 9·11 테러가 발생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란을 이라크,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라크 침공을 개시했다. 이라크에서 핵무기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이란과 북한은 메시지를 받았다.
이란은 핵 개발을 진행했지만 미국의 제재가 더 심해졌고 2015년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과의 포괄적 합의에 성공했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를 중단하고 이란은 핵사찰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16년에 도널드 트럼프 1기가 시작되자 미국은 이란과의 합의를 무시하고 강력한 경제제재를 재개했다. 그러자 2018년 이란은 핵 개발 재개를 선언했다.
미국의 대이란 정책은 정당을 초월해 공통이다. 트럼프가 특별나서 현재의 위험한 상황이 된 것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에 유별나게 욕심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덕분에라도 사태가 일정한 선에서 수습되어야 하겠다. 걸프만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20%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 나가고 중국은 석유의 90%를 이란에서 수입한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