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관련해 주한 미군 일부의 이동이 거론된다. 작년부터 포착된 북한의 휴전선 이북 방벽 구축도 그 맥락에서 해석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고위 장성이 언론에 나와 대만 접수를 공공연히 말하는 것을 보니 인민해방군 창설 100주년인 2027년을 목표로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중국이 미사일, 공군력과 해군을 동원해서 해협을 건너 대만에 상륙하는 그림을 생각해 보면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르지 않고서야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생각은 사실 한참이나 시대착오적이다.
대만뿐 아니다. 향후 모든 전쟁은 사이버로 시작되고 드론이 따르는 모습이 된다. 상대방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알고리즘이 동원되고 거기서 승패가 결정된다. 아직까지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어떤 시점부터는 사이버와 드론 전쟁으로 변했다.
지난 4월 구글 창업경영자 에릭 슈미트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와서 국가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낸 적이 있다. 결론은 '전기'라고 했다. 사이버 전쟁이든 드론 전투든 AI의 지원을 받아 준비되고 실행될 것이다. 그런데 잘 알려진 것처럼 AI는 엄청난 전기를 소비한다.
전기는 생산도 문제지만 전송도 만만치 않다. 어쩌면 전송이 더 큰 문제일지 모른다. 우리는 국토가 작아서 큰 문제로 여기고 있지 않을 뿐이다. 슈미트는 미래 AI 시대 전기의 생산과 수송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 소형모듈원자로(SMR)라고 한다. 그 점을 의회에 나와서 역설했다.
문제는 ESG 이념이 그와는 정반대라는 점이다. 안전성 우려 때문에 소형원자로 제작 기준이 통상적인 원자력발전소보다 더 엄격하게 설정되어 있다. SMR은 종래의 원자력발전소보다 훨씬 많은 곳에 빠르게 건설할 수 있지만 현재 미국에는 단 한 기도 없고 이웃 캐나다가 시작했다. SMR 건설 인가에는 최소 12년이 소요된다. 또 30~40년 전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방사능 방출 기준이 처음 정해질 때 자연 방사선보다 더 낮은 기준으로 설정되었던 문제도 있다. 과연 누가 그 기준을 완화할 수 있을까.
전략 자원인 희토류도 사실은 미국이 중국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 채굴 비용과 환경 기준 때문에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향후 자립해야 할 것이고 그를 위해서는 ESG 차원의 양보가 필수적이다. 조 바이든 정부 때부터 시작했듯이 공급망은 100퍼센트 미국에서 시작되고 끝나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인프라, 반도체 모두를 미국 내에서 해결한다는 데 대해서는 여야간 이견이 없다.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여서다.
양자컴퓨터와 AI 개발을 위해 미국에서 건설되고 있는 데이터센터들은 현재 미국의 모든 도시가 소비하는 것과 맞먹는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대형 데이터센터는 원자로 1기가 생산하는 전력까지를 쓴다. 1기가와트다. 미국은 환경 문제가 첨예화되기 시작한 이래 거의 200개의 재래식 발전소를 폐쇄했고 현재 50개가 조금 넘는 원자력발전소에 100기에 못 미치는 원자로가 있다. 20%의 전력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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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미래 국가 경제의 발전에 필요할 뿐 아니라 대만 문제의 예에서 드러나듯이 국가안보의 문제다.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고 안 하면 국가를 외부 공격으로부터 지킬 수 없게 되는 문제다. 그러면 AI의 운영과 훈련에 필요한 전력의 확보도 지금까지보다 더 절실한 안보 문제가 된다. 미국처럼 사실상 외부 침략이 불가능한 나라조차 사이버 공격 차원에서 절치부심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는 두 말이 필요가 없다. 그 전제가 에너지 확보다.
에너지는 에너지로서도 중요할 뿐 아니라 확보 가능한 에너지의 총량이 사업모델을 결정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게 된 요인 중 하나가 인프라 비용이 낮아져서다. 건설비용이 가장 크지만 에너지도 중요한 요인이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스케일AI의 창업자 알렉산더 왕에 따르면 AI의 경쟁력은 컴퓨팅 파워, 데이터, 알고리즘, 그리고 인재가 좌우한다고 한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을 필두로 미국은 최고의 칩을 생산한다. 알고리즘은 중국이 추격해서 미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이라고 하고 데이터는 글로벌 감시 프로그램을 운용해 온 중국이 확실한 우위다. 결국 승패는 전력의 확보와 인재의 양성이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