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효율부(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임시부처다. 규제 철폐, 행정 축소,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연방정부의 지출을 삭감한다는 목표로 활동한다.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설치되었다. 일론 머스크가 공동 수장인데 사실상 머스크가 지휘하고 칭송과 비난을 받고 있다.
19~24세의 젊은 컴퓨터 천재들을 포함, 정부 근무 경험이 없는 약 40명의 인력이 특수공무원 신분으로 DOGE의 일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도지 키즈(Doge Kids)'로 불린다. 이들의 신원은 기밀이지만 이래저래 알려져서 위키에 개략적인 정보가 올라와 있을 정도다.
DOGE는 미국 행정부의 조직 개편 작업까지 염두에 두고 활동하고 있지만 일단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몇몇 부서의 비효율과 낭비를 잡아내면서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조사의 효율성과 자료 폐기 방지를 위해 문제의 부처를 전격 폐쇄하고 직원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방법을 쓰면서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대표적인 부서가 미국국제개발처(USAID)다. 1961년 창설된 유서 깊은 기관이다. 케네디 대통령이 공식 기구로 승격시켰다. 주로 저개발국가 원조와 재난국가 긴급구호 활동을 한다. 세계 각지의 어려운 국가들에 파견되어 활동하고 있어서 미 공군의 지원을 받는다. 연 예산 400억 달러, 직원은 약 1만 명이다.
USAID는 지난 2월 3일자로 폐쇄되어서 직원들이 출근을 하지 못한다. 2월 7일부로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직원이 휴직 처분을 받았다. 해외 근무자들에게는 귀국 명령이 내려졌다. 이 부처에 대한 집중적인 감사가 진행되면서 온갖 문제가 다 알려졌고 미국 국민 다수가 분노하고 있다.
가장 크게 주목받는 문제는 중국 우한연구소의 코로나바이러스 개발 의혹이다. USAID가 연구소에 재정 지원을 한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는 엄청난 인명피해 외에도 기업 직원들의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업무 패턴 확산의 시발점이 되었다. 미국의 많은 경영자가 재택근무의 비효율성뿐 아니라 비정직성을 비판한다.
그 외에 크고 작은 부적절한 지출 증거가 공개되고 있다. 세사미스트리트 아랍어 번역에 2000만 달러, 과테말라 성전환수술 홍보와 지원으로 200만 달러, 아르메니아 저널리즘 지원에 750만 달러, 캄보디아 언론산업 지원 220만 달러, 레바논 관광 촉진 200만 달러 등이다. 그리고 지난 4년간 '용처 비공개'로 42억 달러가 지출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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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감정을 실어서 '자질구레한' 지출도 공개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기후변화 연구에 5만7000달러, 세르비아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증진에 150만 달러, 아일랜드 DEI 뮤지컬 제작비 7만 달러, 콜롬비아 트랜스젠더 오페라에 4만7000달러, 페루 트랜스젠더 만화책 3만2000달러 등도 들어 있다. 주요 언론은 백악관의 발표에 오류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일단 이런 리스트의 대중적 폭발력이 적지 않다.
미국 내에서도 보건사회복지부의 기존 사업 형평성 검토 223만 달러, 교육부의 형평성 지원 프로그램 3300만 달러 등으로 책정된 예산이 모두 삭감되었다. DEI 기치하에 마련되었던 무수한 사업 지원으로 신정부 출범 후 고작 한 달 동안 드러난 액수가 이미 200억 달러다. 8개 부처 조사 결과에 불과하다. 주택 및 국토개발부 예산 중 19억 달러가 불필요한 용처에 배정되어 있던 것을 바로잡기도 했다.
현출된 증거가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에 민주당 측은 DOGE의 업무는 비판하지 못하고 머스크를 공격하고 있다. "메시지를 공격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머스크가 무슨 권한으로?"를 반복한다. 어쨌든 DOGE가 새 정부 출범 후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 밝혀낸 정부의 예산집행 내용은 미국 국민을 어이없게 만들고 있다. 공화, 민주 구별이 없다. DEI라는 좋은 취지가 남의 돈 나눠 먹기로 오염되었고 결국은 퇴조하게 되었다.
미국의 역사를 보면 국가 예산을 철저히 관리하고 재정 적자를 줄이는 데 진력한 정부는 오히려 민주당 정부였다. 케네디 대통령이 영부인 병실에 새 가구를 들였다고 스태프를 나무라는 통화 기록이 남아 있다. 클린턴 정부도 구두쇠 정부로 유명해 균형 재정을 달성했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하는 것처럼 다양한 지출 감축 정책을 집행했다. 그랬던 민주당 정부가 혈세를 펑펑 써 비난받고 있다.
400개가 넘는 연방정부 부처를 100개 미만으로 줄이겠다고 하는 DOGE는 내년 7월 4일까지 활동하기로 되어 있고 지금 추세면 정부 예산 중 3조 달러는 쉽게 복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머스크가 애초에 제시한 액수인 2조 달러를 상회한다. 2025회계연도 미국 연방정부 예산은 우리 돈 1경 원이 넘는 7조3000억 달러 규모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변혁과는 별도로 우리도 정부 효율성 제고에 있어 한 수 배워야 하겠다.
미국 일각에서는 세금을 원천징수할 것이 아니라 납세자들이 일일이 직접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그렇게 한다면 납세자들이 내 손으로 직접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과 같이 거의 눈먼 돈처럼 애먼 사람들이 애먼 곳에 쓰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