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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교육청이 잇따른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솜방망이 처분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영주에서 발생한 특성화고 학생 극단선택 사건 이후에도 구미에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며 교육당국의 학폭 대응 시스템이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구미시의 한 고등학교 1학년 A군은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같은 반 동급생 6명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폭행에 시달렸다. A군에 따르면 이들은 "성전환 수술은 했느냐", "성기를 보여라", "학교 캠핑에서 묶고 옷을 벗기겠다" 등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화장실에서 신체를 희롱하거나 복도에서 어깨를 치는 등 폭력행위로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행위는 학생들의 진술을 통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더욱이 가해 학생 6명 중 5명이 같은 반 학생이어서 피해 학생은 급식실에서도 성희롱과 신체 접촉이 이어지자 수개월 동안 점심을 거르는 생활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구미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가해자 2명에게는 사회봉사활동 명령(4호)을, 2명에게는 학교봉사활동(3호) 처분을 내렸고 나머지 2명은 '혐의 없음' 처리했다.
이로 인해 피해 학생이 반을 옮기거나 학교를 떠나야 하는 등 2차 피해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학폭위원의 자질 문제로 번지고 있다.
A군 부모는 "당시 학폭위원 중 일부가 심의 도중 휴대폰을 확인하거나 피곤하다는 식으로 어깨를 주무르는 등 성의 없는 태도를 보였다"며 "학폭위원의 자질에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지역 학부모들 역시 "심각한 성희롱으로 피해 아이의 일상이 무너졌는데 가해자들은 봉사 몇 시간으로 끝났다"며 "경북교육청은 여전히 가해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안은 지난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주교육지원청의 학폭심의 부실이 도마에 오른 지 불과 하루 만에 발생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영주교육지원청이 지난 8월 한국철도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언어폭력·성폭력 사건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징계 점수를 잘못 계산해 처분 수위를 낮췄고 결국 피해 여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질타했다.
당시 영주교육지원청 심의위는 심각성 3점, 지속성 1점, 고의성 2점, 반성 정도 3점, 화해 정도 3점을 합산해 출석정지 10일(6호) 처분을 내렸다. 이는 피해자 측이 요구한 전학 조치(7호)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가해 학생은 학교생활을 그대로 이어갔고 피해 여학생은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학폭위가 피해 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한 교육 전문가는 "일부 심의위원이 여전히 '가해 학생의 장래를 고려해야 한다'는 낡은 인식을 갖고 있다"며 "법률가·심리상담사 등 외부 전문가를 의무적으로 포함하지 않는 한 피해자 중심의 판단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심의 결과가 비공개로 처리돼 판단 근거와 위원 자격 검증이 사실상 차단돼 있다는 점도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결국 내부 통제와 외부 감시가 모두 부재한 상태에서 심의위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폐쇄적 구조로 굳어졌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