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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으로 동결했다. 부동산 과열과 환율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판단이다.
23일 오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7월과 8월에 이어 세 번째 동결이다.
금융시장은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85%가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2.5%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배경은 잇따른 규제에도 잡히지 않은 집값이다. 정부는 대출 한도를 조이는 6·27 대출 규제, 9·7 공급대책을 내놨으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둘째 주(10월13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매매가격은 2주 전 대비 0.54% 올랐고, 상승 폭은 0.13% 커졌다.
최근엔 '10·15 대책'을 통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4억원, 25억원 초과 아파트는 2억원으로 대폭 축소하는 등 주택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만큼 한은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춰 부동산 과열을 경계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은 입장에서는 유동성을 더 늘려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고환율도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지난 13일 기획재정부·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주간거래 중 1430원을 웃돌자 1년 6개월 만에 공동 구두 개입에 나섰다.
지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낮)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1431.0원으로, 4월29일(1437.3원) 이후 5개월 반 만에 처음 주간 종가 기준으로 1430원대에 다시 올라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0원 오른 1431.8원에 개장했다.
금통위의 최대 관심사는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 여부다. 내달 27일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예정된 가운데 이날 한은 금통위원들이 부동산 시장 과열과 환율 불안을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연내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으나 주택시장 과열과 환율 불안이 맞물리며 한은이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부동산 대책이 나올 경우 11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될 수 있다"면서도 "이는 상당히 낙관적 시각이 포함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우려로 한은이 인하 시그널을 계속 줘 왔지만, 부동산을 중심으로 금융 안정 우려가 커지면서 인하가 지연됐다"며 "최근 다시 집값이 오르면서 연내 인하가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내년에는 금리 인하가 더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