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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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25.10.23
  • [책과 삶]차별의 논리가 된 ‘유전자 결정론’
    [책과 삶]차별의 논리가 된 ‘유전자 결정론’

    나쁜 유전자 정우현 지음 | 이른비 | 396쪽 | 2만2000원대중의 선망을 받는 유명인들이나 연예인들의 외모를 언급하는 뉴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수식어가 있다. ‘우월한 유전자’. 외모에 대한 상찬처럼 여겨지지만 이는 오해와 무지 그 자체이고 편견을 고착화시키는 표현이다. 흔히들 생각한다. 특정한 유전자가 인간의 외모와 건강, 성향, 심지어 운명까지 결정한다고. 이 때문에 지능 유전자, 범죄 유전자, 동성애 유전자, 암 유전자 따위의 이름들이 등장했고 결국 유전자의 우열 여부가 현재 상황의 궁극적 원인이라고.분자생물학자인 저자는 이 같은 유전자 결정론에 사로잡힌 대중의 편견을 조준한다. 이 편견은 세계의 역사를 뒤흔들고 바꾸었으며 차별과 폭력의 논리로 악용됐다. 이 책에서는 대표적인 ‘문제적’ 유전자 8가지를 꼽아 그 허구와 본모습을 다룬다. 인종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차별의 근거가 된 피부색 유전자, 유럽 왕가를 몰락시킨 희귀병 유전자, 우생학의 비...

    2025.09.18 21:02

  • 스타 셰프 사민 노스랏, 8년만에 두번째 책 출간
    스타 셰프 사민 노스랏, 8년만에 두번째 책 출간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 셰프이자 작가 사민 노스랏의 새 책이 최근 출간됐다. <<Good Things : Recipes and Rituals to Share with People You Love>. 국내엔 아직 번역되지 않았으나 굳이 제목을 정해본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는 요리와 삶의 순간들’ 정도쯤 되지 않을까.2017년 발행했던 <소금, 지방, 산, 열>(국내 번역 출간은 2020년)에 이어 저자의 2번째 책이다. 전작이 맛의 근본적인 원리와 핵심적인 요소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면 이번 책에선 구체적인 레시피들을 소개한다. 저자가 자신과 친구들을 위해 요리하기를 가장 좋아하는, 125가지의 검증되고 풍미 가득한 메뉴들이다. 리코타 커스터드 팬케이크, 로스트 치킨, 포카치아 등 누구나 즐길 요리들이라 따라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올리브오일 구매법, 압력솥 활용법 등 쏠쏠한 정보와 따뜻한 위로의 말들도 담겨 있다. 그가 올 ...

    2025.09.18 16:22

  • 古조리서 ‘수운잡방’ ‘음식디미방’···유네스코 아·태기록유산 후보 올라
    古조리서 ‘수운잡방’ ‘음식디미방’···유네스코 아·태기록유산 후보 올라

    조선시대에 쓰인 고(古) 조리서인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 목록 등재 국내 후보로 선정됐다.경북도는 국가유산청·안동시·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두 고 조리서가 아·태기록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등재소위원회 신청서 사전심사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수운잡방은 안동 광산 김씨 문중에서 전해오는 조리서다. 유학자 김유(1491∼1555)와 그의 손자 김령(1577∼1641)이 저술한 한문 필사본 형태다. 조리서로는 유일하게 2021년 보물로 지정됐다.책에는 전통 조리법과 저장법, 술을 빚는 방법 등 122개의 항목을 담고 있다. 조선 초·중기 관련 용어 등도 상세히 남아있다. 민간에서 쓰인 최초의 조리서라는 점에서 연구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음식디미방은 1670년경 집필된 것으로 추정된다. 재령 이씨 석계 이시명(1590∼1674)의 부인인 장계향(1670년대)이 쓴 현...

    2025.09.16 11:42

  • 부천만화대상에 한국 무협 판타지 ‘아수라’ 선정
    부천만화대상에 한국 무협 판타지 ‘아수라’ 선정

    부천만화대상에 류기운·문정후 작가의 ‘아수라‘가 선정됐다.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국내 최고 권위의 만화상인 ‘제22회 부천만화대상’으로 ‘아수라’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부천만화대상은 2004년부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한해의 대표 만화를 선정하고 있다.대상을 차지한 ‘아수라’는 대륙을 통일한 절대자에게 불사의 비밀을 찾아오라는 임무를 받은 아수라와 대장이 세상을 누비며 펼치는 대서사시다.‘아수라’는 한국 무협 판타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이다. 선정위원회는 “‘아수라’는 박진감 넘치는 작화와 능숙한 전개로, 무협에 동서양의 다양한 모티브와 코스믹 호러를 결합해 장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신인만화상은 생일기분 작가의 ‘수희0(tngmlek0)’이 차지했다. 회사원 조수희가 우연히 시작한 인터넷 방송과 채널 성장 과정에서 드러나는 빛과 어두운 면을 섬세하게 담아냈다.해외만화상은 타츠 유키노부 작가의 ‘단다단’이 선정됐다...

    2025.09.15 09:13

  • AI 다룬 책 많은데 ‘먼저 온 미래’ 왜 화제?
    AI 다룬 책 많은데 ‘먼저 온 미래’ 왜 화제?

    [주간경향] 2016년 알파고의 등장은 기술 진보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넘어 인간의 질서와 위상을 되묻게 한 사건이었다. 장강명 작가의 논픽션 <먼저 온 미래>는 그 충격 이후 8년, 인공지능(AI)이 한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재편했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취재 대상은 전·현직 프로기사 29명과 관련 전문가 6인.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이뤄진 인터뷰를 통해 AI 도입이 바둑계에 남긴 구조적 변화를 따라간다.작가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 이후의 충격을 포석의 변화부터 입단 제도의 수정, 관전 문화의 쇠퇴, 프로기사 위상의 하락 등 바둑 생태계 전반에서 ‘인간 중심의 질서가 무너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추상적인 예측이 아니라 특정 커뮤니티의 붕괴로 나타나는 구체적인 양상을 심층 인터뷰와 현장 중심으로 그려낸다.출판계 넘어 바둑계에도 반향<먼저 온 미래>는 지난 6월 출간 이후 두 달 만에 8쇄를 돌파했고, 누적 판매 2만500...

    2025.09.14 10:00

  • [책과 삶]영혼이 고갈되지 않는 달리기, 그곳에 있었다
    [책과 삶]영혼이 고갈되지 않는 달리기, 그곳에 있었다

    장거리 달리기에서 에티오피아는 케냐와 함께 오랫동안 양강 구도를 구축해왔다. 에티오피아가 좀 더 강하다. 1960년 ‘맨발의 아베베’가 로마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이후 에티오피아가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따낸 금메달은 케냐보다 두 배 더 많다. 올림픽 남자 1만m 종목에서도 에티오피아는 6번 우승했지만, 케냐는 1번뿐이다.에티오피아 선수들은 왜 잘 달릴까. 달리기를 사랑하는 영국 인류학자 마이클 크롤리는 2015년부터 2016년 사이 15개월 동안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육상 클럽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 <달리기 인류>는 달리기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에세이이자 에티오피아의 독특한 달리기 문화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다.영어권에서 나온 아프리카 육상에 대한 책은 주로 케냐를 다룬다.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가 영어 사용 국가여서 접근성이 좋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에티오피아는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암하라어를...

    2025.09.11 21:16

  • [책과 삶]두 과학자가 나눈 편지 슬기로운(?) 과학 생활
    [책과 삶]두 과학자가 나눈 편지 슬기로운(?) 과학 생활

    과학자라고 하면 세상에 무관심한 ‘괴짜 천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평범한 일상이 있고, 다양한 관심사가 있다. 과학자는 평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까. ‘알쓸’ 시리즈로 얼굴을 알린 물리학자 김상욱과 천문학자 심채경이 주고받은 편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한 사람은 뉴턴의 법칙을 알려주기 전에 뉴턴이라는 인간을 먼저 알려주고 싶다. 물리학을 이해하려 철학과 역사를 파고들었고, 전쟁과 미술에 관심이 많다. 책을 읽기 위해 지하철을 타며, 책에 줄을 벅벅 그어야 직성이 풀린다. 미신도 MBTI도 믿지 않지만, 특정 브랜드의 0.38㎜ 빨간 펜이 없으면 불안하다. 질문을 받으면 질문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다시 질문하며, 답을 찾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따지는 ‘노가다’를 감수한다. ‘물리학자’라는 이름으로 납작하게 정의되는 것은 3차원에서 2차원이 되는 ‘차원 낮은’ 인간이 되는 것이지만, 1차원적인 국수를 매우 사랑한다.한 사람은 책을 고...

    2025.09.11 21:16

  • [금요일의 문장]임대 수익보다 짓는 이의 이상이 앞서는 건물들
    [금요일의 문장]임대 수익보다 짓는 이의 이상이 앞서는 건물들

    “소규모 의원은 그 자체로 조금 특별한 생애주기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은 임대를 전제로 지어지기 마련이라, 건축적 정체성과 가치를 갖기 어렵다. 하지만 의원은 다르다. 개업 의사의 오랜 꿈과 자본, 그리고 미래를 담아 지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임대 수익보다 짓는 이의 이상이 앞서는 건물들. 그래서인지 동네 의원 건물은 건축적으로도 특이성을 띠게 되고, 서산부인과처럼 이름 있는 건축가의 손길이 닿은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동네 의원>, 사이트앤페이지서내과, 이 이비인후과, 정소아과… 웬만한 동네마다 하나쯤은 있는 게 동네 의원이다. 오랜 시간 주민들의 일상에 녹아든 이런 의원들은 자연스럽게 동네 풍경의 일부를 이룬다. 저자들은 동네 의원 건물에서 많은 이가 간과하기 쉬운 독특한 미감을 발견해 사진과 글로 담아냈다. “이 작은 건물들은 단순히 진료만 이뤄지던 공간은 아니었다. 한 동네의 생활문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건축자산이자, 건...

    2025.09.11 21:15

  • [새책]포식하는 자본주의 外
    [새책]포식하는 자본주의 外

    ▲포식하는 자본주의미국 페미니스트이자 정치철학자인 낸시 프레이저와 스위스 철학자 라엘 예기의 대담집. 자본주의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자본주의가 왜 스스로를 갉아먹다가 결국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지 등에 대해 포괄적인 이론을 전개한다. 장석준 옮김. 프시케의숲. 2만5000원▲괴물의 등장저자는 전염병이 단순히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 구조와 자본주의의 민낯이 키워낸 ‘사회적 괴물’의 등장이라고 본다. 전염병 확산은 인간이 만들어낸 시스템의 취약성이 낳은 필연적인 재앙이라는 것이다.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우석균·김주연 옮김. 한울. 2만8000원▲정동연구 지도제작최근 인문학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정동(affect)’ 개념이 정치, 노동, 인종, 젠더, 예술 등의 문제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살핀다. 외국 필자들의 글 6편과 번역에 참여한 한국 연구자들의 해제가 실렸다. 알리 라라 엮음. 권명아 외 4명 옮김. 갈...

    2025.09.11 21:15

  • [그림책]내가 ○○을 켜면, 아빠는 ○○을 꺼요
    [그림책]내가 ○○을 켜면, 아빠는 ○○을 꺼요

    책은 아이의 삐뚤빼뚤 글씨로 시작한다. “내가 켜면 아빠는 꺼요.” 다음 장에서도 아빠는 자꾸자꾸 끄는 존재다. 이쯤 되면 이 아빠는 분명 장난기 많은 청개구리 아빠가 분명하다. ‘내가 놀이를 켜면 아빠는 ○○을 꺼요.’ 여기 빈칸에 들어갈 말을 떠올려보자. 힌트를 주자면 방해나 저지가 아니다. 너무나 사랑스럽게 아빠가 끌 수 있는 것. 정답은 ‘그만’이다. “내가 놀이를 켜면, 아빠는 ‘그만!’을 꺼요. 더! 더! 더!”아이가 꿈을 켜면, 아빠는 이번엔 무엇을 끌까. ‘깜깜함’이다. 이유는 꿈이 반짝반짝 빛나야 하기 때문이다.“아빠는 날마다 꺼요. 거리가 빨강을 켜면, 아빠는 천천히를 꺼요. 달려가요.” 눈치챘는가. 청개구리 아빠의 정체는 바로 소방관이다. 그래서 책을 관통하는 색도 ‘빨강’이다. 알록달록 형형색색 그림마다 자그마한 빨간색 소방차가 그려져 있고, 모든 그림의 시작점이 소방차와 빨간 밧줄이었던 건 그래서였다.“누군가 뜨거...

    2025.09.11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