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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25.10.23
  • 가자에 보내는 조용하고 또박또박한 연대···‘케피예’ 두르고 함께 읽다
    가자에 보내는 조용하고 또박또박한 연대···‘케피예’ 두르고 함께 읽다

    어느 날 새벽 잠에서 깨어난 강소영씨(44)는 어둠 속에서 휴대전화를 찾아 켰다. SNS 앱을 열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불타고 있는 가자지구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보였다. 다시 잠들 수 없었던 강씨는 침대 머리맡에 둔 <팔레스타인 시선집>을 펼쳤다. 팔레스타인 시인이 쓴 시를 읽는 동안 강씨가 품은 죄책감이 희미해졌다. 강씨는 먼 나라의 고통을 담은 시를 읽는 행위가 “나를 구하고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지난 14일 강씨처럼 책을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연대하는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내 카페에 모였다. 이 건물에는 주한이스라엘 대사관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등 아랍 국가에서 쓰는 전통 스카프 ‘케피예’를 두르고 가자 전쟁과 관련된 책을 함께 읽었다. 이들은 독서란 “가장 조용하고 소란스러운 연대 행위”라고 말했다.‘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이날 ‘팔레스타인 연대 책 읽기...

    2025.10.15 21:02

  • 시민들은 ‘케피예’를 두르고 책을 펼쳤다···“함께 싸우기 위해서”
    시민들은 ‘케피예’를 두르고 책을 펼쳤다···“함께 싸우기 위해서”

    어느 날 새벽 잠에서 깨어난 강소영씨(44)는 어둠 속에서 휴대전화를 찾아 켰다. SNS 앱에 들어가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불타고 있는 가자지구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보였다. 다시 잠들 수 없었던 강씨는 침대 머리맡에 둔 시집을 펼쳤다. 팔레스타인의 시인이 쓴 시를 읽는 동안 강씨가 품은 죄책감이 희미해졌다. 강씨는 먼 나라의 고통을 담은 시를 읽는 행위가 “나를 구하고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지난 14일 강씨처럼 책을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연대하는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내 카페에 모였다. 이 건물에는 주한이스라엘 대사관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등 아랍 국가에서 쓰는 전통 스카프 ‘케피예’를 두르고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된 책을 함께 읽었다. 이들은 독서란 “가장 조용하고 소란스러운 연대 행위”라고 말했다.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시민 모임인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이날 ‘팔레스타인 연대 책 읽기의...

    2025.10.15 15:19

  • 해방촌 골목에서 지켜낸 ‘읽기’의 시간···독립서점 ‘고요서사’의 10년
    해방촌 골목에서 지켜낸 ‘읽기’의 시간···독립서점 ‘고요서사’의 10년

    [주간경향] 지난 9월 26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용산구 해방촌 골목에 자리한 문학서점 ‘고요서사’ 안.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여덟 명의 참석자가 둘러앉아 있다. 이날은 황인숙 시인과 함께하는 정기 프로그램 ‘마지막 금요일 저녁때’가 열리는 날이었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마다 서점에 모여 그달의 책을 함께 낭독하는 행사로 이날은 9월의 도서인 박혜경 시집 <한 사람을 생각했다>를 함께 읽는 자리였다. 낭독회가 시작되자 황 시인을 시작으로 참석자들이 차례로 시를 소리 내 읽어 나갔다. 한 시간 남짓 이어진 이 시간 동안 참석자들은 온전히 ‘읽기’에 집중했다. 금요일 밤 해방촌의 북적임과 달리 서점 안은 이름처럼 고요하고 나직한 분위기로 채워졌다.2015년 10월 해방촌에 문을 연 고요서사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당시 오프라인 서점들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독립서점’이라는 개념도 생소했을 때다. 더욱이 문학서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점은 찾아보기 힘...

    2025.10.12 09:00

  • [책과 삶] 한글 역사, 그 역동적인 드라마
    [책과 삶] 한글 역사, 그 역동적인 드라마

    1940년 ‘훈민정음해례본’ 발견 내용 토대로 10월9일 ‘한글날’ 고종 ‘국문 우선’ 칙령 선언에 한글, ‘중화’ 해체하는 힘으로 이후 학계선 규범과 현실 사이 맞춤법·표기법 팽팽한 논쟁도한글 탄생을 기념하는 날은 원래 10월9일이 아니었다.국어학자인 최경봉 원광대 국문과 교수에 따르면, 한글 창제를 기념하자는 아이디어가 처음으로 나온 것은 세종이 한글을 창제한 1443년으로부터 8회갑(480년)이 되는 해였던 1924년이었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그해 1월6일을 기념일로 삼자고 제안했다. 1443년 12월1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날짜다. 같은 해 조선어연구회는 세종 즉위 ‘27년’에 한글이 반포됐다는 점에 착안해 12월27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2월1일에 기념식을 열었다. 조선어연구회는 한글 반포 8회갑이 되는 1926년에는 반포일(9월29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11월4일에 한글 창제 기념식을 열었다.10월9일이 ‘한글날’이 ...

    2025.10.09 20:42

  • [새책] 오직 그녀의 것 外
    [새책] 오직 그녀의 것 外

    오직 그녀의 것<딸에 대하여> <너라는 생활>을 쓴 김혜진 작가의 열 번째 소설집이다. 일생을 문학 편집자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삶을 다룬다. 내성적이고 운명에 순종적인 주인공이 책을 만들며 만난 인연과 사건을 통해 자신의 삶을 엮어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김혜진 지음. 문학동네. 1만6800원축 생일“뜁니다/ 뜁니다/ 뜁니다// 배꼽에서 탯줄이 자라/ 엄마에게 닿을 때까지”(‘축 생일’ 중)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모든 존재를 경탄하는 생일을 화두로 시 53편을 담았다. 1996년 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한국 여성시의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선우 지음. 문학과지성사. 1만2000원작약과 공터“작약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슬프고 수줍어서 한층 더 작약이었다”(‘작약과 공터’ 중) 시인이 “보호색처럼 온몸을 슬픔의 색으로 무장하고 기꺼이 슬픔의 한가운데를 향해 섞여 들어가려는 어떤 결심”으로 기록한 총 66편...

    2025.10.09 20:24

  • [책과 삶] 연산군부터 윤석열까지…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
    [책과 삶] 연산군부터 윤석열까지…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

    최근 한국 정치현장을 달궜던 논란 하나는 ‘무속’이다. 국민들은 권력과 주술이 결탁해 공식적인 통치체제를 뒤흔들던 기괴한 현상을 겪었고, 그 이면의 불편한 진실을 지금 목도하고 있다.지난해 12월 불법계엄 사태로 촉발된 문제의식은 이 책의 출발점이다. 전직 대통령 부부의 행태는 조선의 문제적 군주들의 행태와 닮았다. 사학자인 저자는 ‘주술에 기댄 역사적 평행이론’이라는 틀로 이를 비교, 분석한다. 군주 3인은 연산군, 광해군, 고종이다. 감정 통제력을 상실한 ‘분노의 왕’ 연산군은 언로를 막고 가혹한 통치를 하며 피비린내 나는 사화를 일으켰다. 내면의 불안과 결핍은 무속이 채웠고 굿을 관장하던 성수청의 위상은 높아졌다. 그는 무당 행세까지 했다.즉위 전부터 정통성 시비에 시달렸던 광해군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안 정국을 이어갔다. 역모 고변이 이어졌고 여기에 행정력이 집중되면서 민생과 치안은 내팽개쳐졌다. 관우 신앙에 빠졌던 고종은 임오군란과 갑...

    2025.10.09 20:24

  • [책과 삶] 변화에 적응 못한 남성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책과 삶] 변화에 적응 못한 남성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중상류층’의 특권 대물림을 분석한 <20 vs 80의 사회>로 한국에서도 반향을 일으킨 리처드 리브스가 새로 던지는 불평등의 화두는 ‘남성 문제’다. 여성들에 비해 학업 성취도에서 뒤처지고, 정신 건강 문제로 더 많이 고통받으며, 훨씬 높은 비율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소년과 남자들’의 문제는 최근 극우화 현상과 맞물려 전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다.책은 사회 전반에서 목격되고 있는 남성 문제의 원인에 대한 저자의 통찰에 각종 연구 결과를 엮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을 촉구한다. 거칠게 요약하면 ‘남성들이 겪는 불평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성 불평등은 양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하며 “정치적으로 좌파인 사람들은 소년과 남자들의 문제를 인정하기만 해도 소녀와 여자들을 위한 노력이 약해질까 봐 두려워하는 것은 제로섬 사고”라는 주장이다.성별 임금 격차가 여전하고 최상위 계층은 남자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

    2025.10.09 20:24

  • [책과 삶] 거센 반발·역풍에도 역사는 나아간다
    [책과 삶] 거센 반발·역풍에도 역사는 나아간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끝난 1990년대가 되자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다. “인류 문명이 최고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이 더해져 세계인이 평화로운 한 마을 주민처럼 살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2020년대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발 관세전쟁은 기대와 다른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냉전 시대 이후의 세계는 초강대국 미국 일극 체제였다. 일극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개방성과 자유주의도 압박을 받았다. 9·11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벌인 ‘테러와의 전쟁’은 실패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경제력에 대한 신화를 무너뜨렸다. 세계적인 불황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포퓰리즘 운동이 급부상했다. 저자는 “포퓰리즘 운동은 암울한 현재와 ‘좋았던 시절’을 대비시키며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노동계급의 경제적 곤란을 개방적인 이주 정책과 국제적인 산업 경쟁 탓으로 돌린다”면서 “세계화...

    2025.10.09 20:24

  • [책과 삶] 이민자 혹은 여행자, 낯선 땅서 경계 넘나드는 이들
    [책과 삶] 이민자 혹은 여행자, 낯선 땅서 경계 넘나드는 이들

    한국 떠나 타국서 생활하는 주인공들 불확실성이 야기한 불안에 전전긍긍 소설에서의 이민은 ‘정착’과 엇갈려 이들이 찾는 건 ‘아름답고 강한 혼자’형국은 늦은 밤 홀로 족발에 소주를 마시는 아저씨다. 조금 특이하다면 그가 캐나다에 있다는 것뿐. 딸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온 그는 목수로 일한다. “너무 사소해서 눈치챘다는 사실조차 자존심” 상하는 차별을 숱하게 참아내며 그는 교육청에 취직해 정규직 목수가 된다. 그가 새로운 세상의 경계에서 줄다리기하던 사이 아이는 자랐다. “아빠가 그러니까 내가 남의 눈치나 보는 사람으로 자랐어”라며 그를 원망하는 딸은 아버지에게서 점점 더 멀리 떠나 독립하려 한다.소설은 형국의 딸 지나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직장을 구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시작한다. 형국은 딸의 이삿짐을 옮겨주기 위해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차를 몰아 캐나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떠난다. 한때 딸과 함께 로드 트립을 하던 추억이 스쳐간다. 아내를 잃고 캐나...

    2025.10.09 20:24

  • [책과 삶] 지구를 ‘살 만하게’ 리모델링한 생명
    [책과 삶] 지구를 ‘살 만하게’ 리모델링한 생명

    지구는 무엇이 특별하기에 생명을 잉태한 행성이 됐나.호주 시드니대학교의 과학사 교수이자 생물철학자인 저자는 ‘환경이 생명을 만들었다’는 관점을 뒤집어 “생명이 ‘살 만한’ 지구를 만들었다”고 말한다.38억년 전 탄생한 유기체, 남세균은 광합성을 하며 산소를 내뿜었다. 산소는 수십억년간 쌓여 대기를 형성하고 지질을 변화시켰다. 그사이 세포에 불과했던 생명은 분화를 거듭하다가 다른 존재로 변이했다. 행동과 사고를 할 줄 알게 된 존재는 대대로 유전적·문화적 특성을 전수하며 종(種)을 형성했다.미생물-식물-새를 거쳐 인간이 속한 영장류까지. 저자는 생명의 나무의 큰 분기들을 짚어가며 이들이 지구에 끼친 영향을 분석한다.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2024년 최고의 논픽션 50선’에 오른 이 책은 저자의 ‘의식 3부작’ 완결편이다. 그는 전작 <아더 마인즈>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만난 문어의 의식을 탐구했고, <후생동물>에서...

    2025.10.09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