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비상행동,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3일 서울 중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리원전 2호기 수명연장 심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고관리계획서는 원전에서 발생 가능한 사고에 대해 대응전략과 조직, 교육 훈련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기술한 원전 사고 대응계획으로,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2016년 6월 원전의 운영허가 서류로 추가됐다.
원안위는 23일 제223회 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7명 중 6명 찬성으로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안)을 원안대로 허가했다. 안건 찬성에는 최원호 원안위원장을 비롯해 조정아 원안위 상임위원과 박천홍·김기수·강건욱·이강근 위원이 찬성했다. 진재용 위원은 반대했다.
이날 원안위에는 사고관리계획서 승인 안건과 계속운전(수명연장) 승인 안건이 함께 상정됐다. 그간 환경단체 등은 고리2호기 수명연장 결정에 앞서 사고관리계획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온 바 있다. 중대사고(설계기준을 넘어 핵연료봉이 녹고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등 사고)에도 안전성 보장 방안이 마련된 뒤에야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 또한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9년 고리 2호기에 대한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과 원안위 전문위원회는 같은 해부터 올해 9월까지 서류 적합성 등을 검토했다. 이에 원안위는 지난달 25일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를 처음 심의했지만, 추가적인 판단을 위해 결정을 미뤘다. 당시 항공기 사고로 인한 중대사고 상황, 대기 중 방사선 피폭 등에 관한 안전성 평가가 지적됐다.
한수원은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가 승인되면서 이동형 설비 적용을 위한 설계변경과 같은 현장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 사고대응계획의 유효성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도 2년 주기로 해야 한다. 원안위는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가 승인받은 대로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날 진 위원은 반대의견으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희석된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항공기 충돌 등 사고관리계획이 원안과 맞지 않은 부분이 있고 이에 반대의견을 드린다”고 말했다. 진 위원은 앞서 항공기 등이 원전에 충돌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에 대한 평가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고리 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으로 신규원전과 동등한 수준의 사고관리능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면서 “아직 사고관리계획서가 승인되지 않은 원전에 대해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심의하여 사고관리계획서를 조속히 현장에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헀다.
원안위는 이날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도 안건으로 심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