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어서는 등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달러 강세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장보다 9.8원 오른 달러당 1439.6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주간종가 기준 지난 4월 28일(1442.6원) 이후 약 반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보다 2원 오른 1431.8원에 거래를 시작한 환율은 이날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 직후 상승폭을 키우면서 장중 1440원도 넘어섰다. 원·달러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긴 것은 지난 5월 2일(1440원) 이후 처음이다.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환율을 끌어올렸다. 미·중 무역갈등이 재차 고조되면서 이날 엔화가 약세, 달러는 상대적으로 강세 흐름을 보이자 원화도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내부적으론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에 대해 미국이 매년 250억달러 규모로 8년 분납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약세가 가팔라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에 주는 큰 부담없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150∼200억이라고 했는데, 시장 조달을 크게 늘리지 않는 선에서 공급할 수 있는 양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이 이보다 50억달러 많은 금액을 요구하면서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다만, 한·미 무역협상이 완료될 경우 환율이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총재는 환율 상승에 대해 “한 달 사이 환율이 35원 정도 올랐는데, 4분의 1 정도는 달러 강세 영향, 4분의 3은 위안화와 엔화 약세, 관세 문제와 3500억달러 대미 투자금 조달 걱정 등의 영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를 우리가 아직까지 25%를 내고 있는데 15%를 내는 좋은 방향으로 가면 분명히 (환율 하락에) 좋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