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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운전 심의’ 고리2호기에도 최신 안전기술 활용 안 됐다…“우려 해소해야”

2025.10.23 06:00 입력 2025.10.23 20:04 수정 오동욱 기자    김경학 기자

2017년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4호기 모습. 연합뉴스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의 ‘수명 연장’을 심의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안전도를 평가하기 위해 최신 분석 프로그램을 활용하면서도 ‘수소 폭발’ 관련 분석에선 최신 모델보다 정밀도가 낮은 방식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원안위는 원전 사고 상황에서 수소의 밀집을 확인할 수 있는 안전 평가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됐는데도 이전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은 사고 상황에서 수소가 생성·폭발하는 상황에 대비하는데, 이때 대기보다 가벼운 수소가 원전 상단에 몰리는 수소 성층화는 주요 고려 대상이 된다.

미국 전력연구소는 2017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뒤 수소 성층화를 적절히 확인하는 것의 중요해졌다”며 기존의 ‘중대사고 해석 시뮬레이션 프로그램’(MAAP·맵)을 갱신한 버전 ‘5.04’를 배포했다. 맵은 대표적인 원전 안전성 검증 프로그램 중 하나로, 원전 사고 상황을 예측·분석해 원전 중대사고(쓰나미 같은 설계 범위를 넘는 요인으로 핵연료 손상이나 방사성물질이 누출되는 사고 등을 의미)를 대비하는 데 사용된다.

특히 맵5.04 버전부터 수소 농도 등을 분석하는 ‘다중구역 해석 모델’(AUXREGZ·다중 모델)이라는 방식이 추가됐다. 미국 전력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기존의 ‘단일구역 해석 모델’(AUXREG·단일 모델)은 원전 격납고를 구역별로 나눠 각 구역의 수소 농도를 분석하지만, 다중 모델은 각 구역을 다시 위아래 2개 영역으로 나누고 시간에 따른 농도 차를 계산한다. 수소가 구역 내 좁은 지역에 밀집될 경우를 포착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수소 밀집과 이동을 더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원이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내용 일부. 원자력안전당국은 수명연장 심사를 앞둔 고리2호기에 사용된 ‘중대사고 해석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버전은 5.06이지만, 수소농도 등을 분석하는 하위 분석 모델로는 기존 모델인 ‘단일구역 해석 모델’을 사용했다. 김원이 의원실 제공

하지만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원안위는 고리 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에 맵5.06을 사용하면서도 수소 농도 분석에선 ‘단일 모델’을 이용했다. ‘다중 모델’을 비활성화한 것이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38조 2항 1호는 수명연장에 필요한 안전성을 평가할 때 “최신 운전 경험 및 연구 결과 등을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해 평가할 것”을 의무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원전 인근 주민들이 원안위가 2015년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결정하자 무효소송을 건 사건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 평가를 할 때 적용할 기술 수준은) 평가기준일 당시의 국내외 최신 기술기준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며 수명연장 결정을 무효로 한 바 있다.

원안위 측은 공학적 판단을 한 결과 단일모델로도 안정성 검증이 충분하다고 답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단일 모델을 이용해서 수소 농도를 분석하는데 다중 모델은 그 안에서도 조금 더 나눠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이미 28개로 구역을 나눠 충분히 분석했다”고 말했다. 최신 방식을 활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공학적인 판단 영역”이라고만 답했다.

하지만 한병섭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는 “28개로 나눈 측정이 충분하다는 말은 폐 수조의 평균 농도를 확인하려는 것이라면 맞지만 폭발은 또 다른 문제”라며 “(수소 제거기 등에서 발생하는) 불꽃이 있다면 안전의 관점에서 여러 분석 방식을 활용하고 더 보수적인 관점에서 이를 판단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23일 제223회 원안위 회의를 열고 고리 2호기 수명연장을 심의할 예정이다.

원안위는 “제조사 등 추가적으로 확인한 결과 다중 모델은 일본의 원전인 비등경수로(BWR)에 사용하기 적합한 방식으로 확인됐다”며 “한국의 원전인 가압경수로(PWR)에 사용하기엔 아직 불확실성이 커 사용하지 않았다”고 추가로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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