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한 미국 워싱턴행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2일 한·미 관세협상을 두고 “양국의 이견이 많이 좁혀졌으나 아직 한두 가지 팽팽하게 대립하는 분야가 있다”고 밝혔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금액 중 현금 비중과 장기 분할 납부 여부가 막판 쟁점이다. 김 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이날 미국 출국길에 오르면서 한·미 관세협상은 최종 조율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은 이날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협상을 진행한 지 각각 이틀, 사흘 만에 다시 출국길에 올랐다. 특히 김 실장은 워싱턴에서 러트닉 장관 등과 협상을 한 뒤 숙박을 하지 않고 곧바로 귀국 비행기에 탑승해 오는 24일 새벽 귀국하는 ‘무박 3일’ 일정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실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원하는 안이 아닌, 우리 국익에 최선이 되는 협상안을 만들기 위한 방문”이라며 “국익에 맞는 타결안을 만들고자 출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정부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한·미 양국이 대립하는 “한두 가지 분야”는 총 3500억달러 중 현금 투자 비중과 장기 분할 납부 여부로 좁혀진다.
당초 미국은 전액 현금·일시불을 내세운 반면 한국은 5% 수준의 직접 투자(현금)와 대출·보증 포함을 요구해 상호 상당한 간극이 존재했다. 이후 협상을 통해 미국은 일시불 납입 시 한국 외환시장의 충격 등을 이해하고 한국 측의 10년 안팎 장기 분할 납부 제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 20일 귀국 당시 “미국이 전액 현금투자를 요구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거기(미국이 전액 현금투자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갔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텐데 이에 대해 상당 부분 미국 측에서 우리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 분할 납부를 하면 현금 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게 미국 측 요구다. 즉 현금 투자 비중과 장기 분할 납부 두 조건이 연동돼 있어 어느 수준에서 접점을 찾을지를 두고 양측이 줄다리기하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차 정상회상에서 관세협상이 최종 타결될지 주목된다. 다만 김 실장은 이날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라는 특정 시점 때문에 쟁점이 남은 상태에서 특정 시점까지만 합의된 내용으로 MOU(양해각서)를 맺는 안은 정부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MOU 체결 수준의 타결이 어려울 경우 팩트시트(설명자료) 형태로 합의된 내용만 선문서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장관은 이날 공항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긴장의 시간이 있을 것 같다”며 “마지막 1분 1초까지 국익이 관철되는 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전날 김 실장, 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과 대미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