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 2년여만에 순직사건 책임자 특정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지난달 11일 서울 서초구 채상병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에서 이명현 특검과 면담을 시도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채 상병 소속부대 최고 지휘관으로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던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결론을 낸 것을 뒤집고 순직사건의 책임자로 지목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부하들에게 진술회유를 시도하는 등 심각한 수사 방해를 했다고도 밝혔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의 구속 여부에 따라 기소 시점을 판단할 계획이다. 임 전 사단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3일 밤 결정된다.
임성근 구속영장 청구…“채 상병 사망의 업무상과실 인정”
특검은 21일 서울중앙지법에 임 전 사단장과 최진규 전 해병대 포병11대대장(중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23년 7월 채 상병이 순직한 이후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추가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임 전 사단장에게 채 상병 사망 관련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북경찰청은 2024년 7월 임 전 사단장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합동참모본부는 2023년 7월17일 오전 경북 예천 수해 복구작전과 관련해 육군 50사단이 해병대 1사단 예하 제2신속기동부대를 작전 통제하도록 명령을 내렸는데 경찰은 이를 근거로 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 수행 지휘 권한이 없었고, 이에 따라 수색작전의 사전 위험성을 평가할 의무도 없었다고 봤다. 또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 전 사단장의 작전 관련 지시는 월권행위에 해당해 형법상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작전통제권에서 배제된 상태였음에도 사실상 지휘권을 행사해 군 명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군형법은 정당한 명령이나 규칙을 따를 의무가 있는 군인이 이를 위반하거나 준수하지 않으면 명령 위반으로 본다. 당시 현장 작전통제권은 문병삼 전 육군50사단장에게 있었는데, 권한이 없는 임 전 사단장이 사실상 개별 지휘를 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2023년 7월19일 현장에 파견된 해병대 부대원들에게 수중 수색에 준하는 지시를 내린 탓에 무리한 수색 작전이 강행됐다고 봤다. 임 전 사단장이 작전병력이 물에 들어가지 않고 수색하는 것을 본 뒤 “수풀을 헤치고 찔러보아야 한다” 등 구체적 수색방법을 거론한 점, 1열이 아닌 바둑판식 수색 정찰을 전파하고 수색 작전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보고 받은 점 등을 토대로 작전 지휘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또 부하들에게 복장 착용이 미흡하다는 점 등을 얘기하고, 언론에 대한 공보활동에 신경 쓰는 등 수색현장의 안전 업무를 소홀히 한 정황도 있다고 봤다. 최 중령은 상급 부대 지침을 위반하고 사실상 수중 수색으로 오인하게 지시를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는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부하들에 대한 진술회유 및 심각한 수사 방해 정황이 있었다고도 밝혔다. 정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이 부하들에 대한 진술회유를 시도하고 있고 심각한 수사 방해를 했다고 본다”며 “범죄의 중대성 및 증거인멸 혐의가 있는 임 전 사단장을 구속 상태에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이 그간 약 2년 가까이 수사기관에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가 전날에서야 급하게 제출한 것 역시 증거인멸 정황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사단장과 앞서 지난 20일 영장이 청구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 여부는 향후 특검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채 상병 사건 관련 각종 의혹의 ‘키맨’으로 불린다. 특검은 전날 이 전 장관과 함께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 등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주요 피의자 4명에 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 전 사단장과 최 중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는 이 전 장관과 같은 날인 오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