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트럼프 방한 때 고려” 보도
북, 대화 전제 조건 ‘비핵화 포기’
러와 동맹 수준·중과 관계 개선
“서두를 필요 없는 상황”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방안이 미국 정부 내에서 논의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김 위원장과 만나는 데에 관심이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두 정상의 재회 여부는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를 방문할 때 김 위원장을 만나는 방안을 미국 정부 당국자들과 비공개로 논의해왔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일부터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27일부터 일본을 방문한 다음 29~30일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APEC 기간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돼왔다. CNN 보도는 미국 정부 내에서 이를 검토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보도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더 공을 들이는 상황”이라며 “회동의 열쇠는 김 위원장이 쥐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2019년 6월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방문 중에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과 만나는 자리를 제안했고, 하루 뒤에 비무장지대(DMZ)에서 깜짝 회동한 전례도 있다.
반면 전격 회동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도 나온다. CNN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미 정부 관계자들이 회담이 성사될지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대화의 전제 조건은 미국의 ‘북한 비핵화 원칙’ 포기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은 러시아와 동맹 수준의 관계를 맺었고 중국과의 관계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임 교수는 “북한이 먼저 양보하거나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2019년 DMZ 회동 당시 보여주기식 회담에 그친 것에 실망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한 제안’을 하지 않는 이상 김 위원장이 만남에 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북한의 최대 정치 이벤트인 제9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회동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 및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한·미는 북·미 대화를 포함, 대북 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