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579돌 한글날을 기념하는 한글주간을 맞아 열린 토론회에 다녀왔다. 주제는 ‘외국 낱말, 외국 문자 줄일 방안’, 우리말글과 관련된 일을 하는 이들이라면 머리를 싸매는 숙제이다.
외국어는 물밀듯이 들어오는데 대체할 표현을 찾는 일은 더디니, 금세 우리말처럼 자리 잡아버리는 외국어가 많다. 신개념 용어가 잇따르는 정보기술부터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그렇다. 주로 영어에서 온 이 단어들은 이상하게 변형되거나 합쳐진 ‘콩글리시’로 널리 퍼지기도 한다. ‘핸드폰’ ‘헬스’ 등이 그 예다.
최근 퇴근길에 ‘힙합’ 노래에 맞춰 여럿이 뛰는 ‘러닝크루’를 종종 본다. 달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 등장한 단어 ‘러닝크루’는 ‘달리기 모임’ ‘달리기 동호인’ 등으로 바꿔볼 수 있겠다. 그러면 ‘힙합’은?
외국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순화’는 고유어에서 찾기, 마땅한 게 없다면 쉬운 한자어로 대체하기, 그것도 없다면 외국어 그대로 쓰기의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꼭 순화를 해야 하냐는 반론도 있다. 중국을 ‘中國’이 아니라 ‘중국’으로 쓸 수 있도록 만든 게 한글이니, 마찬가지로 러닝은 ‘running’이 아니라 ‘러닝’으로 표기하고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나름 일리가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한자말보다 영어가 더 익숙하니 ‘쉬운 한자어’의 기준도 애매해지고, 제시된 순화어가 난생처음 접한 데다 친해지기 어려워 보인다면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 사이에서 균형 잡기란 만만치 않다. 계속 세상은 변하고 말을 누리는 세대도 교체된다. 외국어는 빠르게 밀려오는데 우리말로 바꾸는 일은 따라잡지 못하고, 고민을 거듭해도 완벽한 대체어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말은 전 세대를 아울러야 한다. 이런 외국어는 이렇게, 저런 외국어는 저렇게 우리말로도 쓸 수 있도록 계속 제안할 수밖에 없다. ‘점심’이든 ‘중식’이든 ‘런치’이든 다 알고 있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다만 이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런치’만 보인다면 씁쓸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