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인기 속 전주공예품전시관 매출 급증···민화 속 호랑이·나전 공예품 재조명
전북 전주의 ‘까치호랑이’가 글로벌 문화열풍을 타고 세상 밖으로 나섰다.
한때 전주공예품전시관 한쪽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목조각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세계적 인기를 타고 신혼부부의 품에 안긴 것이다.
민화 속 길상(吉祥)의 상징이 21세기 대중문화와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은 순간이다.
16일 전주문화재단에 따르면 케데헌 인기가 절정이던 지난 6월 민속 목조각장인 김종연씨의 작품 ‘까치호랑이’ 한 쌍이 각각 195만원과 156만원에 판매됐다.
전북 무형유산 보유자인 김 장인은 전통 민화 속 호랑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위협적이면서도 익살스럽고 정감 어린 표정을 새겨 넣었다.
한때 전시용으로만 제작된 작품이었지만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 ‘더피’가 세계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입점 3년 만에 ‘완판’이라는 뜻밖의 행운을 맞았다.
판매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쇼핑몰 ‘명인몰’에는 “우리 집에도 들이고 싶다”는 주문 문의가 잇따랐다.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즉시 추가 제작에 들어갔고 지난 6~8월 석 달 동안 대형 5점, 소형 3점 등 총 8점이 새 주인을 찾았다.
짧은 기간 1118만원의 매출이 올랐고 까치호랑이는 전주공예의 ‘작은 스타’로 떠올랐다.
전통문양을 모티브로 한 자개·나전 공예품들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3~10월 매출 집계 결과 나전채색텀블러(2800만원), 곤룡포잔 세트(1465만원), 자개명함볼펜세트(821만원), 갓·부채 열쇠고리(471만원) 등이 판매 상위권을 차지했다.
주 구매층은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기관의 선물용 수요 등으로 다양하다.
김종성 전주문화재단 운영팀장은 “케데헌이 전통과 현대, 한국과 세계를 잇는 문화 다리 역할을 했다”며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통문양과 민화를 새로운 감성으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예인들도 시대 감각에 맞는 재해석을 시도하며 전통공예가 생활 속으로 스며드는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전국 최대 규모의 공예품 판매관으로 150여 명의 작가가 만든 530여 종의 작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김 팀장은 “전통은 낡은 것이 아니라 새롭게 피어나는 씨앗”이라며 “공예인들이 마음껏 창작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