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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캄보디아 인근국가 중에서도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피해자 구조활동을 하는 오창수 선교사는 지난 13일 SBS 라디오에서 " 몸값이 비싸다"며 " 많이 해 봤자 우리 돈으로 10만원, 100만원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몸값은 1000만원, 2000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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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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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가 범죄천국 된 이유…고위공무원도 ‘범죄단지’ 소유

입력 2025.10.15 07:00

수정 2025.10.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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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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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 앰네스티가 지난 6월 공개한 캄보디아 내 ‘사기 범죄단지’ 지도. 캄보디아에는 최소 53개의 범죄단지가 있다고 한다. 앰네스티 제공

인권단체 앰네스티가 지난 6월 공개한 캄보디아 내 ‘사기 범죄단지’ 지도. 캄보디아에는 최소 53개의 범죄단지가 있다고 한다. 앰네스티 제공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 범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한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는 일까지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오늘 점선면에서는 왜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늘고 있는지, 아직 구조되지 못한 한국인 피해자들을 구조하려면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짚어볼게요.

점(사실들): “캄보디아서 감금” 신고, 올해 상반기에만 330건

지난 8월 경북 예천 출신 20대 남성 박모씨가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한 뒤 숨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박씨는 지난 7월17일 가족에게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했는데요. 이후 박씨 가족은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말투의 사람에게서 5000만원이 넘는 돈을 보내라는 협박을 받은 뒤 경찰과 외교부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박씨는 지난 8월8일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산 인근에 있던 검은색 차 안에서 사망한 채 현지 경찰에게 발견됐습니다. 박씨의 사망 원인은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고 해요.

추석 연휴 직후엔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한 호텔에서 고문을 당하며 감금됐던 한국인 2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한국인 남성 A씨와 B씨는 IT 관련 업무를 하면 월 최고 1500만원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온라인 구인글을 보고 캄보디아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를 시키는 곳이었습니다. 이들은 100여일간 쇠파이프, 전기충격기 등으로 구타를 당하다가 구조 요청에 성공해 지난 2일 구조됐습니다. B씨는 바로 옆방에도 한국인 3명이 있었다면서 “다른 한국인들은 아직도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전국 각지에선 “캄보디아로 출국한 가족과 연락이 두절됐다”는 취지의 신고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 출신 20대 남성은 지난 6월26일 가족에게 “돈을 벌어 오겠다”고 말한 뒤 태국으로 출국했습니다. 이 남성은 8월10일 캄보디아에서 한국의 가족과 마지막 통화를 한 뒤 연락이 끊겼다고 하는데요. 가족들은 “마지막 통화에서 작은 목소리로 ‘살려주세요’라고 한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경찰에 말했다고 해요.

이밖에 경북, 대전, 대구, 제주 등에서도 신고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신고 내역을 보면 연락 두절된 한국인 중 다수가 6~8월에 출국한 20~30대 남성들입니다. 아직 신고되지 않았거나 사실관계 확인이 더 필요한 사안들도 있어 피해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감금당했다는 신고는 올해 상반기(1~8월)에만 330건에 달했습니다. 2021년 4건, 2022년 1건, 2023년 17건에서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한 건데요.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조직에 고문을 당하며 감금됐다가 구조된 한국인이 보낸 텔레그램 구조 요청. 박찬대 의원실 제공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조직에 고문을 당하며 감금됐다가 구조된 한국인이 보낸 텔레그램 구조 요청. 박찬대 의원실 제공

선(맥락들): 캄보디아 정부가 ‘범죄단지’ 방치하는 까닭은?

캄보디아는 왜 국제 범죄 중심지로 부상했을까요? 2010년대 캄보디아에는 막대한 중국 자본이 투입돼 카지노·호텔·리조트가 지어졌는데요. 이후 코로나19로 관광 산업이 몰락한 틈을 타 중국 범죄 조직이 캄보디아에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이들은 한국, 중국, 대만, 베트남, 태국 등 인근 국가에서 청년들을 취업 사기 등으로 유인해 납치·감금합니다. 철문, 높은 담벼락, 무장 경비원에 둘러싸인 건물에 청년들을 가둬놓고 학대하면서 주식 리딩방,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마약 밀수 등 범죄에 활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사기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고문한다고 해요.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단체들은 이런 곳들을 사기 범죄단지(Scamming compound)라고 부릅니다. 앰네스티가 캄보디아 내 사기 범죄단지 피해자 58명을 인터뷰한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에는 최소 53개의 대규모 사기 작업장이 있다고 해요.

캄보디아 정부는 왜 이 같은 사기 범죄단지를 방치하고 있을까요? 바로 돈 때문입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평화연구소(USIP)에 따르면, 캄보디아 사기 산업은 캄보디아 국내총생산(GDP)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연간 125억 달러(약 17조원)에 달한다고 해요.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간한 ‘2025 인신매매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일부 고위공무원들은 사기 범죄단지를 소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단속 정보를 미리 입수하거나 시설이 적발되더라도 벌금을 내고 업장을 다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캄보디아 인근국가 중에서도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캄보디아에서 피해자 구조활동을 해온 오창수 선교사(시아누크빌 교민회장)는 지난 13일 SBS 라디오에서 “(한국 사람들의) 몸값이 비싸다”며 “(다른 국가들의 몸값은) 많이 해 봤자 우리 돈으로 10만원, 100만원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몸값은 1000만원, 2000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캄보디아의 사기 범죄단지. 앰네스티 제공

캄보디아의 사기 범죄단지. 앰네스티 제공

면(관점들): 일본은 수사팀 80명 급파…우리도 수사팀 급파해야

현재 캄보디아에는 한국 경찰관 3명이 근무 중입니다. 범죄 규모에 비해 인력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윤석열 정부 당시 국제 수사와 외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외사 경찰 인력이 대폭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윤석열 정부 첫 경찰 수장인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은 조직 개편을 하면서 경찰의 외사 기능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총 1100명이었던 인원은 49명으로 줄었어요.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캄보디아 사건이) 외사 기능 축소와 관련은 없다고 본다”며 “캄보디아와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외사 업무를 오랫동안 맡았던 경찰관 A씨는 경향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외사 기능의 손발을 다 잘라놓아서 지금은 나설 수 있는 사람도 부족하고 현지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해 조치가 늦고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제범죄수사대에서 근무했던 경찰관 B씨는 “한국 수사관들이 찾아오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현지 수사 기관의 반응이 달라진다”며 “현지 기관과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평소 이를 전담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오늘(15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관할 당국과 구금된 한국인 송환 계획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또한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제경찰청장회의가 열리는 오는 23일 캄보디아 경찰청 차장과 만나서 캄보디아 내에 ‘코리안 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를 설치하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해요.

다만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캄보디아 경찰과 코리안 데스크 설치 문제를 협의하는 데에만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당장 수사팀을 급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단 수많은 한국인 피해자들을 구출해낸 한인 교민들과 협조해서 구출 작전을 펼치면서 캄보디아 경찰들에게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어제(14일) YTN 라디오에서 오는 23일 예정된 코리아 데스크 설치 문제 관련 회담에 대해 “그들(캄보디아 경찰)이 거부하면 못 하나? 그게 아니라 바로 (우리 경찰을) 보내라”라며 “그들 정부와 그들 경찰한테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걸 보여주면 그들도 입장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도 지난 8월 수사관 80명을 캄보디아 현지에 급파해 자국민 29명을 구출해냈습니다. 국민이 어디에 있건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건 국가의 책무입니다. 피해자들이 무사히 송환될 수 있도록 정부는 전력을 다해야 국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을 겁니다.

서울 중구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 앞 모습. 문재원 기자

서울 중구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 앞 모습.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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