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사장님이 거짓말로 내 연차를 꿀꺽?···판치는 ‘가짜 5인 미만’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프리랜서 계약 등 꼼수로 서류상 상시근로자 수를 5인 미만으로 낮추는 건데요.

오늘 점선면은 이 같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어떤 대안이 논의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상시근로자 수를 실제보다 줄여 근로기준법 적용을 빗겨가는 '가짜 5인 미만' 의심 사업장이 최근 6년 사이 1.5배나 늘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사장님이 거짓말로 내 연차를 꿀꺽?···판치는 ‘가짜 5인 미만’

입력 2025.10.14 07:00

  • 조해람 기자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Gettyimage

Gettyimage

똑같이 출근해서 같은 일을 하는데 내 옆자리 동료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 나는 받지 못한다면? 그만큼 억울한 일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바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을 악용해, 프리랜서 계약 등 꼼수로 서류상 상시근로자 수를 5인 미만으로 낮추는 건데요. 오늘 점선면은 이 같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어떤 대안이 논의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점(사실들): 100억 매출 고깃집도 ‘꼼수’

상시근로자 수를 실제보다 줄여 근로기준법 적용을 빗겨가는 ‘가짜 5인 미만’ 의심 사업장이 최근 6년 사이 1.5배나 늘었습니다. 플랫폼노동희망찾기 등 노동단체들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짜 5인 미만으로 의심되는 사업장이 2018년 6만8948곳에서 2023년 13만7994곳으로 증가했다고 어제(13일) 밝혔습니다. 전체 5인 미만 사업장 가운데 이런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29%에서 12.53%로 늘었습니다. 의심 사업장 기준은 ‘근로소득자는 5인 미만인데 사업소득자는 5인 이상’으로 추렸습니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란 ‘실제로 노동자처럼 일하는 직원은 5명 이상인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등록된 사람은 5명 미만인 곳’을 뜻합니다. 직원들과 근로계약 대신 프리랜서 계약을 맺어 놓고, 정작 일은 프리랜서가 아닌 종속된 노동자처럼 시키는 경우죠. 노동계는 이런 계약을 ‘위장 프리랜서 계약’ ‘가짜 3.3(사업소득세 세율 3.3%) 계약’ 등으로 부릅니다.

이날 이들 단체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지상파 유명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한 외주제작사는 직원이 20명이지만 정식 근로계약을 맺은 이는 1명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19명은 모두 프리랜서였죠. 연 매출 100억원대의 프랜차이즈 고깃집도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위장하다가 노동청 시정지시를 받았습니다.

선(맥락들): ‘가짜 5인 미만’, 왜 하나 봤더니

왜 이런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드는 걸까요? 근로기준법이 원칙적으로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일부 조항만 예외적으로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임금 지급, 근로계약서, 휴식시간, 주휴수당, 출산휴가 등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지켜야 합니다. 반면 근로기준법의 핵심인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 연장·야간·휴일노동수당, 연차휴가, 부당해고 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수많은 조항들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악덕 사업주들은 이 틈새를 악용합니다. 위장 프리랜서 계약 등 꼼수를 써서 회사를 서류상 5인 미만으로 만들면 연차나 추가수당을 안 줘도 되는 것이죠. 어떤 사업주들은 연차휴가나 수당 등을 챙겨주기도 하지만 온전히 선의일 뿐, 의무는 아닙니다.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돼야 할 법 조항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사용자의 권력이 강하고 통제가 심하기 때문입니다. 매년 최저임금 위반 신고 건수 1위를 차지하는 건 다름 아닌 5인 미만 사업장입니다. 근로계약서·육아휴직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결과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환경은 계속 열악한 상황에 머무릅니다. 2023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은 37.6시간으로 모든 규모의 사업장(평균 36.1시간)을 통틀어 가장 길었습니다. 반면 임금은 183만5000원으로 모든 사업장(평균 286만3000원) 가운데 가장 낮았죠. 더 좋은 일자리로 이직하기도 어렵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의 평균연령은 52.0세로 모든 규모의 사업장 중 가장 높고, 고용이 불안정한 탓에 한 곳에서 경력을 쌓기도 힘듭니다. 열악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면(관점들): 다 같은 ‘일하는 사람’

약 250만명. 전체 임금노동자의 13%가량이 일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건 부당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사회적 공감대가 넓어지며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김문수 전 국민의힘 후보도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공약했죠. 정부는 2027년까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려면 가짜 5인 미만 같은 꼼수가 일어나는 진짜 이유도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포함해 노동조합법, 고용보험법 등 여러 노동 관련 법들은 사업장 규모나 계약형태에 따라 노동법 보호 범위가 달라집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택배기사·학습지교사 같은 특수고용(특고)노동자의 노동3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고, 고용보험(실업급여)은 19개 직종의 특고노동자만 가입이 가능합니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업장 규모와 계약형태의 두 빈틈을 모두 노리는 ‘이중 꼼수’인 셈입니다.

해외 주요국 대부분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법을 달리 적용하지 않고, 일부 조항만 소규모 사업장을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유럽 각국과 호주 등은 특고·플랫폼노동 종사자들을 법적 노동자(근로자)로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판단도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면 영세한 5인 미만 사업장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의 지불능력이 낮은 게 반드시 인건비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2021년 통계청 실태조사를 보면, 소상공인들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원인(복수응답)으로는 ‘경쟁 심화(42.6%)’ ‘원재료비(39.6%)’ ‘상권 쇠퇴(32.0%)’ ‘임차료(13.5%)’ 등이 높게 꼽혔습니다. ‘최저임금’은 10.3%, ‘인력관리’는 8.2%에 그쳤습니다.

확실한 건,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아무리 노동법이 발전해도 일부 노동자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점입니다. 모든 사업장 규모나 계약형태를 포괄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관련 법을 제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검토 단계입니다. 정부가 각계 의견을 잘 수렴해 국제 표준에 맞는 노동권 보장 방안을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점선면>의 다른 뉴스레터가 궁금하시다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 https://buly.kr/AEzwP5M


매일 아침 '점선면'이
뉴스의 맥락과 관점을 정리해드려요!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