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유관기관 채용 전수조사서 부적절 10건 확인
회의록 부재에 기존 채용계획과 다른 기준 적용도
최저수준 징계에 “1년도 넘어” 탈락자 구제 손놔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계 없음. 김창길 기자
전남도의 한 유관기관(단체)이 면접 점수를 잘못 산정해 합격자가 바뀐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도는 그러나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채용에 관여한 관련자들에게 ‘훈계’라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잘못된 채용방식으로 억울하게 탈락한 응시자에 대한 구제 조치도 ‘1년도 더된 일’이라며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년 세대의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할 공공기관 채용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11일 전남도에 따르면 녹색에너지연구원은 2024년 직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 점수를 공고와 다르게 집계해 합격자를 뒤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원은 공고와 내부 규정에 ‘면접위원 평가 점수 평균 70점 이상인 자 중 고득점자순’으로 선발한다고 명시했으나, 실제로는 면접위원들의 최고·최저점을 제외한 평균으로 산정했다. 그 결과 1순위 합격자가 임용을 포기하면서 당초 합격했어야 할 2순위가 아닌 3순위가 최종 임용됐다.
연구원은 2024년 1월부터 12월까지 모두 이같은 방식으로 7차례에 걸쳐 채용을 진행했다. 여기서 총 26명이 선발됐다. 모든 채용에서 명시된 기준과 다른 방식으로 면접 점수를 산정했다. 이 가운데 1건에서 순위 변동이 있었던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처음 확인됐다.
채용절차 역시 투명하지 않았다.
‘공공기록물법 시행령’과 국민권익위원회 지침은 주요 회의의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원은 2024년 열린 인사위원회 7차례 중 4차례나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 합격자 변경과 관련해 당시 인사위원회가 어떤 논의와 판단을 했는지 확인할 최소한의 기록조차 없다는 얘기다.
이번 감사를 통해 규정 위반과 채용 오류가 확인됐지만, 제대로 된 후속조치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전남도 감사관실은 이번 사례를 절차상 착오로 보고 채용 업무를 맡았던 직원 2명에게 가장 낮은 단계의 신분상 처분인 ‘훈계’를 요구했다. 또 면접 점수 집계 방식의 개선과 예비합격자 제도의 정상 운영을 위한 ‘주의’ 조치를 함께 내렸다.
채용특혜 여부에 대한 감사나 별도의 수사의뢰 역시 하지 않기로 했다. 채용이 종료된 지 1년이 지나 합격자 재심의나 탈락자 구제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한 고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채용이 이미 완료돼 피해자 구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내부 관리 체계를 강화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부적절한 인사채용은 다른 기관에서도 확인됐다.
전남중소기업일자리경제진흥원은 8건의 채용을 진행하면서 인사위원회 회의 12차례를 대면 회의 대신 서면으로 대체했다. 또 계약직 채용 6건에서는 응시자와 같은 부서 근무 경험이 있는 직원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남체육회는 인사위원회 심의·의결 없이 당초 채용계획과 다른 기준으로 합격자를 결정했다. ‘국가유공자 등 취업지원 대상자 우선 선발’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전남사회서비스원, 전남바이오진흥원, 전남신용보증재단 등에서도 서류심사 기준 누락, 평가표 관리 부실 등 경미한 인사업무 미비가 적발됐다.
전남도는 유관기관 6곳을 대상으로 한 채용 실태 전수조사에서 부적정 사례 10건을 확인하고, 훈계 2명, 주의·개선 등 행정상 처분 9건을 내렸다.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실시된 감사였지만, 경미한 처분에 그치면서 제도 개선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 관계자는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관기관 전반의 채용 시스템을 점검하고, 인사위원회 회의록 관리 등 내부 통제 장치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