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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이는 땀과 정신

입력 2025.10.09 20:53

수정 2025.10.0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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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훤 작가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밤아침 ⓒ이훤

밤아침 ⓒ이훤

한 사람은 폼 롤러 위에 누워 부지런히 위아래로 전신을 움직인다. 다른 한 사람은 일찌감치 침대에서 전자책을 읽다 눈이 감긴다. 그의 손에서 흘러내린 e북 리더기를 침대 맡에 두고 램프를 끈다. 잘 시간이다.

파트너는 서로의 잠을 목격하는 자들이다. 몸을 맞대고 누워 각자가 짊어진 무의식을 헤매느라 분주한 날도 있지만, 육체를 나란히 두고 밤을 통과한다. 이불을 나누어 쓰는 타인은 대체로 신뢰하는 자다. 가장 취약한 나를 열어 둔 사이니까.

어떤 새벽에는 혼자 깨어 있다. 소량의 수면제를 먹고 다시 눕는다. 누우면 잠든 사람의 굳게 닫힌 눈과 뺨, 말간 이마가 보인다. 침대 밑에는 배를 뒤집은 두 고양이가 몸을 붙이고 잔다. 보통 다시 잠든다. 그러다 어제 같은 날은, 네 식구가 한 집에 머무는 밤이 얼마큼 당연하지 않은지 생각한다. 갈비뼈 밑으로 무언가 일렁이며 지나간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던 내가 1인 가구로 지냈던 시절을 기억한다. 그때 쌓은 시간과 자원을 모아 지금 하는 일에 쓰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조차 나는 알게 되고 말았다. 어떤 밤엔 누군가 필요하다. 정말로 필요하다. 생각보다 삶은 자주 지독하며 쓸쓸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라서 더 외로워지는 밤도 있었다. 둘이 된다 해서 늘 두 배 넓어지지는 않는다. 그 사실을 이해할 만큼은 여러 밤을 지나왔다. 굳이 서로 옆에 눕기로 함은, 타인도 삶도 수고스러우나 그럼에도 지독하게 얽히고 싶기 때문이다. 섞이는 땀과 정신과 견디기 힘든 폭염도 바로 그 사람이라서 괜찮아질 수 있다면.

아침이 즐거워졌다. 아침이 기다려질수록 죽는 게 더 무서워진다. 지나가 버린 뒤에 떠올릴 미래를 무서워하는 나는 지금, 기억하기 위해 애쓴다. 우리가 여기 있었다. 맑은 산 밑에서 한 시절을 보냈다. 내일은 대가 없이 도착하고 아무것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손 뻗어 오늘치 시간을 움켜쥔다. 서로 조금 더 복잡하게 사랑하고 미워하게 될 거다. 당신이 잠에 들지 못하는 밤, 베개 맡에서 보는 광경이 맘에 들기를.

방을 나누어 쓰는 인간 동물과 비인간 동물들이 하나둘 눈을 뜬다. 볕이다. 따로 또 같이 손에 쥐고 있던 걸 놓고 작은 손바닥으로 주어진 세계를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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