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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진인가

입력 2025.10.02 21:30

수정 2025.10.0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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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전’ 연작 중에서, 2013. ⓒ김지연

‘경기전’ 연작 중에서, 2013. ⓒ김지연

사진은 누구나 손가락으로 셔터만 누르면 찍을 수 있다. 어쩌면 그 단순함 때문에 내가 사진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단순한 촬영과 진정한 사진 사이엔 깊은 간극이 있다. 예수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넓지만,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찾는 이가 적다”(마태복음 7장 13·14절)고 했다. 앙드레 지드의 <좁은 문>을 떠올리는 이도 있겠다. 사진의 길 또한 닮아 있다. 화려한 명성을 좇는 길도, 진실을 좇아 현장을 떠도는 길도 결국은 각자의 선택이며 삶의 태도다.

나는 종종 미국의 종군기자 마리 콜빈을 떠올린다. 그녀는 보스니아, 시에라리온, 체첸, 이라크, 팔레스타인, 시리아까지 전장을 누볐다. 전쟁은 사람이 겪어서는 안 될 고통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 그녀의 사명이었다. 전투 취재 중 한쪽 눈을 잃은 뒤에도 안대를 두른 채 현장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2012년 시리아 홈스에서 포격을 취재하다 끝내 목숨을 잃었다. 그녀의 죽음은 언론 자유의 상징이 되었고, 기록이 지닌 무게를 일깨웠다. 그녀는 종군기자였지만 현장 사진이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전 세계에 미치는 파장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생명을 건 증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람을 찍는다는 것은 초상을 남기는 일이 아니다. 카메라는 때로 상대를 꿰뚫는 도구가 된다. 셔터가 눌리는 순간 피사체가 중심이 되고, 사진가는 뒤로 물러선다. 그때부터 기록이 시작된다.

얼마 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중앙정부 전산망이 마비되고 공무원 75만명이 쓰던 ‘G드라이브’가 복구 불능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가기관조차 기록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조선은 임진왜란 때도 기록물을 사고(史庫) 네 곳에 나누어 보관했고, 그중 전주사고만은 지켜내 오늘날 <조선왕조실록>이 남았다. 디지털 시대는 보관이 편리한 대신 지키기는 더 어려운 세상이다. 기록은 곧 진실의 전달자다. 그러나 지키려는 의지가 없다면 기록은 허망하게 사라지고 만다.

사진가는 상업사진으로 명성을 얻기도, 전쟁터를 누비며 진실을 기록하기도, 평범한 이웃의 삶을 담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사진도 가볍지 않다. 사진은 한순간을 붙잡아 세상에 증언으로 내놓는 행위다. 그것이 사진이 지닌 무게이며, 우리가 좁은 문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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