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미디어 리터러시의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보이스 피싱’ 관련 피해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피해 건수는 1만2399건, 피해액은 무려 6421억원이나 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보이스 피싱 피해액은 1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보이스 피싱’은 당초 전화 사기에서 시작해 이런 이름이 붙었지만 전화 통화 외에도 문자 등을 이용한 사기 및 갈취 사건도 늘고 있다. 허위 조작 정보에 의한 피해 역시 ‘허위 피싱’이라 이름 붙일 수 있고 이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는 기술과 능력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눈에 띄는 정보, 이미지, 영상 등을 만났을 때 이것이 허위 조작 정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한 여러 가지 기법들을 발전시켰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있어 전통적이고 핵심적인 질문 4가지를 경향신문 창간 기획팀이 ‘FIND’로 정리했다. 여기에 미국 워싱턴 대학의 마이크 코필드 박사가 2022년 개발해 적용하고 있는 SIFT 방법론이 더해지면 허위 조작 정보 피싱에 당하지 않는 중요한 ‘무기’를 갖추게 된다. 이는 개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나아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중요한 방패다.
FIND
F (For whom) : 누가 누구를 위해서 만들었나
눈에 확 들어오는, 끌리는 정보를 마주했을 때 맨 처음 확인할 일은 이 콘텐츠를 누가 만들었고, 누구를 위해 만들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정보의 출처를 먼저 살펴본 뒤 이 콘텐츠를 통해 유리해지는 쪽이 누구인지, 어느 쪽인지를 확인하면 속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I (Included, Ignored voices) : 누구의 목소리가 들리고, 누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사실과 진실은 칼로 자르듯 선명하게 나눠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콘텐츠에 담긴 내용이 주로 어떤 사람 혹은 어떤 진영의 목소리를 주로 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관련 당사자 중 누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배제됐는지를 확인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한쪽의 이야기를 배제함으로써 왜곡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혐오 콘텐츠가 배제방식으로 만들어진다.
N (Need for money) : 이걸 통해서 어떻게 이윤을 만드는가
플랫폼은 경제적 보상을 인센티브로 삼아 이용자로 하여금 보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도록 유도한다.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이익 보상 시스템을 이해하면 속지 않을 수 있다. 광고와 정보를 구분하는 것은 물론 보이스 피싱 등 사기에 당하지 않는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D (Delivery) : 이 정보가 나에게 어떻게 도달했는가
콘텐츠 제작자, 정보의 출처와 함께 유통 경로를 확인하는 것도 ‘속지 않기’에 유용한 기술이다. 편향된 알고리즘을 통해 전달됐는지, 믿을 만한 지인을 통해 전달됐는지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허위 조작 정보 피싱에 낚이지 않을 수 있다.
SIFT
S (Stop) : 감정이 확 치밀거나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멈춤.
‘아니, 이런 일이’라는 느낌이 들면 얼른 주변에 공유하기 전에 일단 멈추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잠깐 멈추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I (Investigate the source) : ‘누가 말하나’를 먼저 확인
콘텐츠를 누가, 어디서 만들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제목만 볼 것이 아니라 내용을 살피거나 콘텐츠의 맨 끝으로 찾아가서 ‘출처’가 어디인지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F (Find better coverage) : 같은 사안을 더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교차 확인.
‘수평적 읽기’라고도 부른다. 출처 자체가 조작될 수 있으므로 일단 웹 브라우저의 탭을 하나 더 열고, 해당 내용을 검색한 다음 믿을 수 있는 곳에서도 사실이라고 판단했는지 살피는 것이 좋다.
T (Trace to the original) : 인용·숫자·이미지를 원문·원자료까지 거슬러 추적.
F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일부만 살짝 바꾼 교묘한 조작이 가능하므로 인용 문구, 통계 숫자, 사진 조작 여부 등을 원자료까지 찾아가서 확인하면 거의 완벽해진다. 기자들이 팩트를 확인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