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돈 벌러 가는 것···퍼주러 가는 것 아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교착 상태에 놓인 한·미 관세협상을 두고 “시한에 쫓긴다고 해서 우리 기업들이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는 합의안에 서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업이 손해 보는 것을 정부가 강행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데 대해 “특정 국가와의 협상이 이렇게 장기간 교착된 경험은 처음이라서 매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목표는 있지만 시한 때문에 국익에 심대한 악영향을 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추상적으로 국익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기업의 이익과 직결된 사안들”이라며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러 가는 것은 돈을 벌러 가는 것이지, 퍼주러 가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기업에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라고 강요할 수 없다. 기업의 손해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소 대통령이 어디에 에너지를 많이 쏟는지 살펴보면, 경제·민생에 가장 큰 힘을 쏟고 그다음이 한·미 협상”이라며 “국익 중심으로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한참 더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증액에 방어를 하러 간 것”이라며 “우리가 이익되지 않는 사인(서명)을 왜 하느냐”고 했다.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 협의를 위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회담한 데 이어 이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협상을 위해 미국에 도착했다. 여 본부장은 오는 16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를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워싱턴DC에 도착한 여 본부장은 취재진에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며 “디테일을 갖고 치열하게 협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