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뚝 떨어지덩만 찌르르르 풀벌레 소리가 들려. 너무 다른 너, 깜짝 놀란다. 갈꽃들이 드디어 뽐내려고 채비를 한다. 너무 다른 공기, 겨울 철새들도 머잖아 찾아오겠지. 지난주 람사르 문화관이 있는 창원시 주남저수지에 벗님들과 생태탐방 겸 다녀왔다. 비치된 ‘겨울철새 생태지도’를 하나 집어 들고 왔는데, 집에 와서 찬찬히 펼쳐보니 물닭, 흰뺨검둥오리, 알락오리, 쇠기러기, 큰고니, 재두루미, 흰비오리, 뿔논병아리, 가창오리, 청둥오리, 노랑부리저어새, 흑두루미… 새들 사진과 얘기들이 잔뜩이야.
몇가지 주의사항이 적혀 있는데, “소곤소곤 살금살금 말할 것, 새는 사람보다 40배 눈이 좋으니 원색의 옷은 스트레스인지라 녹색이나 갈색 옷을 입을 것,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 것, 우르르 몰려다니지 말 것, 돌을 던지지 말 것, 플래시로 사진 찍지 말 것…” 새만 아니라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도 해당하는(?) 소리겠다.
겨울새가 있고 나그네새가 있는데, 나그네새는 흑꼬리도요, 장다리물떼새, 삑삑도요, 깍도요, 민물도요… 잠시 내려앉았다가 곧바로 통과하고 떠나서 ‘통과새’라고도 하나 봐. 비자를 받거나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않고도 찾아오는 새들. 불법 이민자들 다루듯 쇠고랑을 채우지 말 일이다.
1990년대 군대 갔다가 그만 사고로 요절한 가수 황호욱의 ‘너무 다른 널 보면서’란 노래가 있지. 이소라씨가 부른 버전도 있지만, 죽은 원곡 가수의 노래여야 맛이 웅숭깊다. “이제 너무 다른 널 보면서 나 미처 몰랐던 널 알게 된 거라 생각하면서, 너에게 다가가도 너를 닮아가는 건 나를 잃을 뿐인데, 그냥 여기서 널 기다릴게…” 나그네새를 기다리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너무 다른 공기, 너무 다른 날씨. 그냥 여기서 나는 가을바람 찬바람을 기다릴게. 나를 잃고 너를 닮은들 어떠하리. 그저 두려워 말고 받아들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