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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벗, 성수의원

입력 2025.09.10 19:52

수정 2025.09.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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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 무신사, 크래프톤… 콘텐츠·플랫폼 기업들이 속속 둥지를 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혁신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고가 부동산이 즐비하고 패션·한류 트렌드를 이끄는 젊고 활력 있는 거리로,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로도 주목받는다. 그 성수동은 서울의 오래된 공업지역이었다. 정부 주도로 조성된 구로공단과 달리 소규모 제화·염료 공장과 자동차정비소·인쇄소 등이 빼곡히 몰려 있었다.

1988년, 가난한 노동자들의 동네 성수동 한복판에 ‘성수의원’이 들어섰다. ‘세상이 아프면 의사도 아파야 한다’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정신에 따라 다치고 병든 노동자들을 진료하기 위해서였다. 일하다 베이고 찢긴 노동자들의 상처를 꿰매다 보면 하루가 짧았다 한다. 병원 찾을 시간이 부족한 노동자를 위해 야간에도 진료했고, 주말이면 무료진료소를 열었다. 성수의원은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질병이 안전하지 못한 노동환경으로부터 온 것임을 알게 해줬다. 서울에선 구로동 구로의원과 사당동 판자촌의 사당의원도 그 역할을 했다.

동네 사람들에게 ‘우 박사님’으로 불린 우석균 원장은 2001년부터 성수의원을 지켰다. 인의협 공동대표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한 보건의료 운동가였지만, 환자를 대할 땐 몸을 낮추고 눈을 맞추며 안부를 묻고 조곤조곤 설명하는 ‘동네 의사’였다. 다른 의원에서 진료를 거부하던 장애아동도 환대받고, 비싸지는 주거비에 동네를 떠난 원주민들은 약값·진료비를 아끼려 멀리서 찾아왔다. 성수의원 처방전을 본 약사가 “의사선생님이 약을 정성스럽게 지어주셨다”는 말을 되뇌었다는 경험을 경향신문 기자에게 들려준 환자도 있었다. 그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느낄 수 있는 말과 기억들이다.

한국 보건노동운동의 상징이자, 동네병원 의미를 보여준 성수의원이 지난달 말 문을 닫았다. 암 진단을 받고도 찾아오는 환자들 때문에 진료를 놓지 않던 우 원장의 건강이 악화되고, 임대료는 올라가는데 수익을 줄여가며 진료 볼 의사를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나를 맡길 수 있는 ‘주치의’가 사라지고, 의사들도 돈 버는 진료로만 쏠려가는 이때 ‘약자의 벗’ 성수의원의 울림이 크다.

성수의원 영업 종료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 진료를 마친 환자와 간호사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성수의원 영업 종료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 진료를 마친 환자와 간호사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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