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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장의 ‘산황산 죽이기’

입력 2025.07.15 21:05

수정 2025.07.1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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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복판에 산황산이 있다. 해발 62m에 불과하지만 낮아도 깊은 산이다. 그래서 야산이 아니라 버젓한 이름을 지녔을 것이다. 산황산 넓이는 49만9000㎡(약 15만평), 그 반쪽(24만4000㎡)에는 이미 9홀 규모 골프장이 들어섰다. 그런데 최근 나머지 반쪽도 수용해 골프장을 18홀 규모로 넓히겠다는 계획을 고양시가 전격 승인해버렸다. 골프장 증설을 반대하는 단체들과 시민들은 경악했다. 이동환 시장이 2년 전에 산황산 훼손을 막겠다고 선언했고, 모두가 시장의 결단에 찬사를 보냈기 때문이다. 사실 업자들은 10년도 넘게 산황산을 노려보며 군침을 흘렸다. 하지만 재정 능력이 없는 사업자가 덤벼들어 부도를 냈고, 환경오염을 막으려는 시민들의 끈질긴 저항에 저들의 야욕은 몇번이나 부서졌다. 그럼에도 고양시장이 입장을 바꿔 ‘산황산 죽이기’에 총대를 멨다.

이는 산자락 하나가 골프장으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다. 수수만년 내려온 산황산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다. 산속의 모든 생명체들이 죽음을 맞고, 신화와 전설도 굴착기에 짓이겨지는 무서운 일이다. 산황산이란 이름도, 산황동이란 지명도 묻혀버릴 것이다. 대신 골프장 이름이 내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골프장이 11개나 있는 고양시에 또 골프장을 짓겠다고 한다. 업자들은 골프장 증설이 ‘훼손된 그린벨트’를 복원하는 데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골프장을 만들어 자연경관을 복원하겠다니 산황산 두더지가 웃을 일이다.

산황산은 건강하다. 가보시라. 30~50년 된 갈참나무와 상수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개발 귀신들은 ‘훼손된 그린벨트’를 보여주려 별짓을 다 했다. 한번은 누군가 불을 질러 나무 200여그루가 타버렸다. 아름드리나무에 독극물을 주입하고, 어린나무들을 잘라버리고, 산속에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척했다. 그러자 시민들이 나서서 이러한 만행을 감시하고 고발했다. 단식투쟁까지 벌이며 10년 넘게 저항했다. 시민들은 외치고 있다. “150만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노천 정수장이 골프장과 불과 296m 거리에 있다. 골프공이 수시로 날아들어 주민들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밤이면 골프장의 불빛이 마을의 평화와 고요를 깨뜨리고 있다.”

취임 초 산황산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시장들이 시간이 지나면 말끝을 흐렸다. 핑계를 대며 주저하고 업자 편을 들었다. 그러자 별별 소문이 돌았고, 실제 2016년에는 업자와 공무원 간 검은 거래가 사실로 드러났다. 수뢰 공무원은 돈 받은 사람이 더 있다고 법정에서 폭로했다. 그런데도 대형 토착비리로 번질 것 같았던 수사는 거기서 멈췄다.

“산이라고? 이건 돈이야/ 손도끼 들고 나무 죽이러 다니는 사내가 소리쳤다.// 불법이라고? 두고 봐 이 골프장 허가 내주고 말 테니!/ 진보적 송년회에서 직녀에게를 부르던 시장이 까마귀 소리로 짖었다// 골프장 때문에 못 살면 이사 가야죠 제가 해드릴 게 없어요/ 백사 닮아 고운 국회의원의 목이 꿈틀거렸다”(조정 시, ‘야만-2016 검찰발표, 유력인사 최소 37명 뇌물 받아’) 지금도 오물 묻은 소문들이 굴러다닌다. 산황산 아래서 만난 주민이 말했다. “돈 앞에 다 무너졌어요.” 저들은 산황산을 돈더미로 보고 있다.

고양시의회는 2023년 10월 ‘산황동 골프장 증설 반대 및 도시계획시설 폐지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고, 올해 2월에는 ‘산황산 골프장 증설 해제 권고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시의회가 시장이 도시관리계획을 직권취소할 수 있도록 명분을 마련했다. 골프장 증설을 백지화하라는 결의였다. 그럼에도 시장은 산황산을 없애는 데 동의했다.

산황산 산길을 걸었다. 육산(肉山)은 말이 없었다. 나무들은 폭염에도 의젓했다. 대상포진을 앓는 조정 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이 동행했다. 자신보다 산이 더 아플 것 같아 나섰을 것이다. 정범구 전 독일대사가 탄식을 쏟아냈다. “도대체 저 탐욕의 끝이 어디인가.” 정말 이 땅의 공복들은, 선출직 공직자는, 우리 모두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산길을 내려와 700살 드신 느티나무 앞에서 합장을 했다. 무학대사가 묘목 세 그루를 심어 ‘무학삼본’이라 불렸는데 그중 한 그루만 남았다고 전해진다. 가슴둘레가 11m에 이르는 당산목이다. 가지가 용의 뿔을 닮았다 해서 용뿔나무라 불린다. 용틀임하는 자태가 금방 하늘을 날 듯하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수백년 동안 사람들의 소원을 품었던 용뿔나무도 비상(飛翔)을 멈출 것이다. 사람이 떠나면 무슨 신명이 있어 살아갈 것인가. 정녕 산황산을 죽일 셈인가.

김택근 시인

김택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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