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이 마무리되자 대통령비서실장은 인사권자의 눈이 너무 높았다고 말했다. 듣는 순간 의아했다. 몇몇 장관 후보자의 흠결이 작다고 할 수는 없어서였다.
맹자와 쌍벽을 이루었던 순자는 신하를 넷으로 나눴다. 태신(態臣), 찬신(簒臣), 공신(功臣), 성신(聖臣)이 그것이다. 그는 군주가 성신을 등용하면 존귀해지고 공신을 등용하면 영예로워진다고 했다. 백성들을 잘 단합하게 하고 외환을 잘 막으며 군주에게 충성되고 백성들을 사랑하는 데 지치지 않는 신하가 공신이고, 이에 더해 예기치 못한 일이나 변화에 잘 대처하고 기존 시스템을 넘어서는 것에 기민하게 대응해 법제도를 빈틈없이 마련하는 신하가 성신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군주가 찬신을 등용하면 위태로워지고 태신을 등용하면 망한다고 했다. 찬신은 백성을 단합시키지도 외환을 막아내지도 못하건만 아첨으로 군주의 총애를 얻는 데는 단연 최고인 자다. 태신은 찬신의 못남에 더해 백성들에게 인기나 얻으려 하고 공정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작당하여 군주를 미혹하게 하고 사리사욕을 도모하는 데만 힘쓰는 자들이다.
한마디로 찬신과 태신은 관리로서 직무 역량이 태부족하고 도덕 역량도 형편없지만 사리사욕을 취하는 데는 발군인 자들이다. 공신과 성신은 백성 상호 간에, 백성과 위정자 간에 단합을 잘 일궈내며 외환도 잘 막아낸다. 의사소통 역량이 뛰어나고 외교, 국방 역량이 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성신은 예기치 못한 사건, 재난 등에 대한 대처 능력이 빼어나고, 제반 변화에 필요하다면 법제도를 새로 마련하면서 능동적으로 대응해간다. 갈등 조정 역량을 갖췄고 국제정세에 밝으며 미래 대처 능력도 남다르다는 뜻이다. 새로운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법제도를 만들어 필요한 변화를 추동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인사권자의 눈이 높다고 하려면 못 돼도 공신급 인물 정도는 등용해야 명실상부한 말이 된다. 실정법을 어기고도 사과만 하고 넘어가려 하고, 표절 같은 도적질을 하고도 오히려 떳떳해하는 인사를 장관에 앉히면 작게는 대통령에게 해가 되고 크게는 나라에 손해를 끼치게 된다. 이렇게 인선하고는 인사권자의 눈이 높다고 한다면 누가 그러한 평가에 동의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