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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B컷
  • [금주의 B컷]선사 유적지 위에도 색동 카펫…전국이 축제 중? 다 이유가 있다
    선사 유적지 위에도 색동 카펫…전국이 축제 중? 다 이유가 있다

    전국 곳곳에서 국화 축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 17일 찾은 곳은 경기 연천군 연천전곡리유적. 꽃밭에는 국화가 만개했고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시민들은 꽃길을 거닐며 중간중간 세워진 국화 조형물 앞에 발길을 멈췄다. 열기구, 기차, 터널, 캐릭터 등 다양한 조형물들. 줄 서서 사진을 찍던 한 시민이 말했다. “지난번에 찍은 코끼리 사진과 비교해보자!” 사진 찍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니에요. 이건 코끼리가 아니라 매머드일 거예요. 여긴 구석기 유적지거든요.’ 그렇다. 이곳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주먹도끼가 발견된 선사유적지다. 봄에는 구석기 축제를 연다. 가을 축제로 자리 잡은 국화 이전에는 호박으로 축제를 열었다.꽃밭에서 웃음이 피어나는 것과 달리 축제를 소개한 기사에는 ‘인위적이다’ ‘세금 낭비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사람들이 찾게 만들려면 ‘축제’를 열고, 그 틈에 지역 특산물 부스를 끼워 넣으며 조금이라도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길 바라...

    2025.10.22 20:22

  • [금주의 B컷]우연의 틈
    우연의 틈

    “바람을 찍어와.” 17년 전 어느 선배가 말했다.설명을 해주던 시절이 아니었다. 지시는 명령처럼 떨어졌고, 나는 광화문 네거리를 돌았다. 무엇을 겨눠야 할지 몰라 바람에 흔들리는 현수막을 찍어 마감했다. 그날 선배는 크게 화를 냈다. 그때는 그의 분노보다, 내가 바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오래 남았었다.며칠 전 비가 내렸다. 자료를 보니 1월부터 9월까지 272일, 그중 94일이 비였다. 사흘에 한 번꼴이다. 추석 뒤 내린 비는 온도가 달랐다. 다시 광화문으로 갔다. 돈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낙엽을 찾다가 한 잎을 골라 옆에 앉았다. 옷이 젖는 일은 오래전에 익숙해졌다.사진은 한 번에 오지 않았다. 초점이 나갔고 리듬이 어긋났고 빗방울이 흐름을 바꿨다. 예순일곱 장째,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비를 훑었다. 그 빛 안에서 빗방울이 솟았다가 가라앉았고, 흔적이 사진으로 남았다. 그 한 장을 두고 나의 몫과 세상의 몫을 생각했다. 나는 장소를 고르고 시간을 ...

    2025.10.15 20:01

  • [금주의 B컷]우리는 죽어가는데 기후위기 사기라고?
    우리는 죽어가는데 기후위기 사기라고?

    지구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기후위기로 몰락한 세계를 다룬 SF 소설은 이제 허구라기보다 예고편처럼 느껴진다. 얼음에 뒤덮이거나 모래로 메마른 땅에서 인류는 결국 지구를 떠난다. 그리고 사람이 사라진 지구는 스스로 회복해 다시 초록빛 별이 된다.현실 속 기후위기는 당장은 소설처럼 극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일까. 각종 기후협정은 무력하고, 거대한 산업의 속도는 멈출 줄 모른다. 여름은 점점 더 길고 뜨거워지고, 냉방기는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가뭄은 물 부족을 부르고, 차량은 물을 싣고 도로를 달린다. 막을 수 없는 굴레가 된 기후위기는 외면하는 것이 편할지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유엔총회 연설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전 세계에 저질러진 최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그러나 외면 대신 저항을 택한 사람들이 있다. 지난 27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열린 ‘927 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은 도심 한복판에 3분 동안 드러누...

    2025.10.01 22:08

  • [금주의 B컷]진실은 도주할 수 없다
    진실은 도주할 수 없다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들어섰다. 해병대원 순직 사건의 책임을 피하려 해외로 도주했다는 의혹을 받는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은 언제나 더 큰 소음을 만들어왔다.2023년 7월19일, 경북 예천의 한 하천. 채 해병은 수해 실종자를 찾기 위해 급류 속으로 들어갔다. 구명조끼도, 로프도 없었다. 지휘부는 안전보다 속도를 요구했다. 그 속도에 밀린 스무 살 청년은 흙탕물 속으로 사라졌다.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은 지휘관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적시하고, 규정대로 사건을 경찰에 넘기려 했다. 그러나 군은 신속히 움직였다. 보고서를 회수했고,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을 포함한 6명을 혐의에서 제외했다. 박 대령의 기록은 사라졌고, 그는 항명죄로 고소당했다. 권력의 바람에 진실은 흔들렸다.그 무렵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말이 돌았다. 높은 언성에 진실은 멈칫했다. 권력은 책임 대신 자기보호를 ...

    2025.09.24 20:53

  • [금주의 B컷]새들이 이겼다…우리가 해냈다
    새들이 이겼다…우리가 해냈다

    “사실 0.0000퍼센트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평생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해왔지만, 단 한 번도 이겨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지난 11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새만금 신공항 건설 취소 소송 1심 선고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정현 신부가 감격에 겨워 말했다.2022년 9월28일 1308명의 ‘국민소송인단’이 습지 및 철새 서식지 파괴 우려와 조류 충돌 위험, 생물다양성 보존에 관한 국제의무 위반 등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후 3년 만에 받아낸 결과였다. 전북지방환경청에서 출발해 지난 한 달 동안 250㎞를 걸어 서울행정법원에 도착한 시민들은 “새들이 이겼다”며 환호했다.2001년부터 새만금 간척사업에 반대하며 새만금 일대의 생태 보호를 위한 투쟁을 이어온 문정현·문규현 신부도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백발의 두 형제 신부는 부둥켜안고 울며 기쁨을 나눴다. 동생 문규현 신부가 마이크를 들었다. “우리가 있기에, 생...

    2025.09.17 20:27

  • [금주의 B컷]모질었던 여름을 뒤로하고…북녘으로 달려가는 가을바람
    모질었던 여름을 뒤로하고…북녘으로 달려가는 가을바람

    가을 기운이 완연히 나타난다는 절기 ‘백로’였던 지난 7일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를 찾았다. 휴일이라 그런지 방문객들의 차량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카메라와 망원렌즈를 들고 사람들과 섞여 옥상 전망대에 올랐다.이른 새벽 한 차례 비가 내려서일까. 넓게 트인 시야에 펼쳐지는 파란 하늘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북쪽으로 설치된 망원경에 얼굴을 대고 신기한 듯 두리번거렸다. 나도 한쪽 눈을 질끈 감고 카메라로 북쪽을 이곳저곳 살폈다.강 너머로 펼쳐진 들녘은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농사일을 나온 북한 주민 대여섯 명의 모습도 보였다. 초소 분위기가 달라진 건 없는지, 긴 망원렌즈를 잡고 두리번거리며 찾다 보니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덥다”라는 혼잣말이 입 밖으로 나올 무렵,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등골을 파고들었다. 어김없는 가을바람이었다. “아 시원하다.” 전망대 곳곳에서 사람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유난히도 모질었던 올해 여름도 살...

    2025.09.10 20:24

  • [금주의 B컷]거대 플랫폼에 깔린 사람들…대통령이 우리 손 잡아달라
    거대 플랫폼에 깔린 사람들…대통령이 우리 손 잡아달라

    일상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중개 수수료’를 낸다.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온라인 장터에서 생필품을 사고, 대행업체를 통해 숙소를 예약한다. 플랫폼을 이용하면 한눈에 최저가를 알 수 있고, 후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선택지가 넓어진 듯 보이지만 플랫폼 영향력이 커질수록 수수료와 최종 가격은 함께 뛴다. 수수료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몫이다.지난 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프리랜서 노동자,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모여 ‘온라인 플랫폼 법(온플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배달의민족, 에어비앤비, 쿠팡 등의 플랫폼 기업이 하는 끼워팔기와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자는 목소리였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약속을 지켜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혹시 한 번 누워주실 수 있을까요? 절박함을 표현하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기자회견 사회자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망설이던 참가자들이 땅바닥...

    2025.09.03 20:26

  • [금주의 B컷]잘못된 ‘한·일 위안부 합의’, “뒤집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소녀상이 보고 있다
    잘못된 ‘한·일 위안부 합의’, “뒤집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소녀상이 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이 지난 21일 앞을 바라보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일본 방문을 앞두고 ‘위안부’ 합의에 대해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같은 날 일본 신문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틀 후 있었던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2015년 한·일 합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대학생 연합동아리 ‘평화나비 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은 이에 대해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 없는 계승, 책임 없는 미래지향은 결국 가해의 연속일 뿐”이라고 비판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위안부’ 문제에 매우 집착”해 한·일관계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언급했다.소녀상이 있다. 소녀가 있다. 소녀는 자신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펜스 밖으로 걸어나올 수 없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대신 이...

    2025.08.27 20:15

  • [금주의 B컷]물속인 듯 눅눅한 도시, 진짜 물속을 걷는 아이
    물속인 듯 눅눅한 도시, 진짜 물속을 걷는 아이

    입추가 지나고 비가 잦았다. 잠시 내렸던 기온은 시원한 희망을 품게 했다. 그랬던 기온이 다시 올랐다. 티베트 고기압 때문이라느니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이라느니 둘 다 때문이라느니 하는 말은 어렵다. 그냥 습도가 높아 물속을 걷는 기분이다. 문을 열고 나가면 카메라 렌즈와 안경에 김이 서리고, 빨래는 밤새 무게를 잃지 않는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까지 조금 걸었을 뿐인데 팔에 소금기가 남는다. 쉴 새 없이 도는 에어컨 실외기, 그사이 자꾸 내리는 소나기의 증발이 공기를 눅눅하게 만든다.물속을 걷고 있다고 생각할 때 진짜 물속을 걷는 아이를 만났다. 지난 19일 서울광장 분수대였다. 수분을 품은 창고 같은 도시에서 귀한 풍경이다. 분수가 오르내리는 타이밍을 재던 아이는 분수 끝이 멈칫하는 곳에 이르자 그 안으로 뛰었다. 같은 물속인데 그 물은 더 시원해 보였다. 오는 23일은 모기의 입도 삐뚤어진다는 절기 처서다. 모기의 입만 말고 더위도 좀 삐뚤게 꺾여 ...

    2025.08.20 20:05

  • [금주의 B컷]고공 농성장 아래 얼음 퍼포먼스…동지여, 잠시라도 더위 잊으시길
    고공 농성장 아래 얼음 퍼포먼스…동지여, 잠시라도 더위 잊으시길

    인간마저 태워 죽이겠다는 듯이 태양이 이글거리는 여름이다. 역대 최고라는 기록은 매일 새로 쓰이고 있다. ‘더워서 죽겠다’는 말은 더 농담으로 읽히지 않는다. ‘진짜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겨우 몇십분, 밖에 있는 동안에도 몇번이고 한다.고진수 민주노총 세종호텔지부장이 올라가 있는 10m짜리 철제 고공농성장은 태양에 가까운 만큼 더 뜨겁다. 그는 지난 2월13일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11일은 농성을 시작한 지 180일, 반년이 된 날이다. 그는 땅에서보다 더 추운 겨울을, 더 더운 여름을 저 위에서 보냈다.고공농성 반년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그와 연대하는 시민들이 고공농성장 앞에 천막을 설치했다. “고진수 동지가 조금이라도 시원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준비한 행사였다. 시원한 빙수를 만들어 먹고, 땀을 닦을 수 있는 손수건을 나누고, 서로 부채를 부쳐줬다.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대형 얼음을 온몸으로 비벼가며...

    2025.08.1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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